뿌연 한국, 미세먼지 배출하는 주범은?

송지혜 기자 2015. 3. 3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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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3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PM 10)가 한때 1044㎍/㎥(마이크로그램, 100만 분의 1그램)까지 치솟았다. '겨울 황사'로 미세먼지 농도가 963㎍/㎥에 달했던 2009년 12월2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하루 전날인 2월22일 오후 3시까지만 해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73㎍/㎥에 불과했다. 같은 시각 중국과 인접한 인천 백령도는 948㎍/㎥로 서울의 5배에 달했다. 중국에서 발원한 미세먼지가 황사에 섞여 백령도를 거친 뒤 하루 만에 서울까지 도달한 것이다.

황사가 곧 미세먼지는 아니다. 황사는 중국 대륙의 건조기(3~5월)에 한반도까지 날아오는 '흙먼지'를 가리킨다. 고비 사막, 타클라마칸 사막과 황하 상류지대의 흙먼지가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3∼5㎞ 상공으로 높이 치솟았다가 때마침 불어오는 초속 30m의 편서풍을 타고 넘어온다. 이는 예로부터 존재했던,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와 <조선왕조실록>에도 우토(雨土), 토우(土雨:흙이 비처럼 떨어진다)라고 기록된 바 있다. 1981∼2010년 사이, 전국에서 일어난 황사는 연평균 5.2회다. 기상청은 올해도 5회가량 강한 황사가 발생하리라고 내다봤다.

황사로 날아오는 흙먼지 가운데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를 미세먼지라고 부른다. 미세먼지 중에는 사막의 흙먼지처럼 자연발생적인 것도 있지만 공장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등 화학연료가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입자도 있다. 미세먼지 가운데 2.5㎛ 이하의 입자는 초미세먼지로 분류된다. 초미세먼지는 특히 위험하다. 호흡기에서 걸러낼 수 없기 때문에 폐포(허파꽈리) 속으로 침투해서 호흡기 질병과 심장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황사의 심각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단지 사막의 흙먼지뿐 아니라 중국 북부의 공업지대를 지나면서 오염물질(화학연료 연소로 인한 입자)까지 한반도로 실어올 가능성이 있어서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009~2011년 28차례 발생한 황사 중 13차례(46.4%)는 중국 공업지대를 지나왔다.

다만 공업지대를 경유한 황사라고 해서 반드시 오염물질을 함유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공업지대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은 황사가 빠르게 이동하는 고도 3㎞ 이상까지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한다. 국립환경과학원 송창근 환경연구관은 '일반적으로 중국 공업지대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은 황사가 없을 때도 한반도로 들어온다. 1㎞ 이하의 상공을 통해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다. 황사가 발생했을 때 주요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 수치가 다른 시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황사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1044㎍/㎥에 달했던 지난 2월23일에도 초미세먼지의 농도는 오히려 평소의 10% 수준에 그쳤다.

국내에서 생성된 초미세먼지의 위험성도 만만치 않다. 일부 언론에서는 황사로 인해 유입되는 '중국발' 초미세먼지에 초점을 맞추지만, '국내발' 초미세먼지가 더 유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13년 정부 관계부처 합동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원하는 초미세먼지가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30∼50%로 추정된다. 나머지 대기오염 원인인 국내 초미세먼지의 비중이 50∼70%이다. 지난 1월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발표한 자료를 봐도,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가운데 51% 정도가 국내에서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상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외대 황사 및 장거리이동 오염물질 연구센터 박일수 소장은 '한반도가 따뜻하고 습한 공기로 구성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에 있을 때 대기의 이동이 느려 공기가 정체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중국보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국지적인 기상 현상과 대기권 상황이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2011년 국가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미세먼지 배출 원인'에서 가장 큰 비중(68.2%)을 차지하는 것은 제조업 공장들이 화학연료를 연소시키면서 배출하는 입자들이다.

미세먼지,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 높아

따라서 정부의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은 두 갈래로 짜여야 한다. 하나는 황사를 타고 들어오는 '중국발' 오염물질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의 국지적 오염물질 배출과 온난화에 따른 대기오염에 대한 대처다.

2013년 1월, 정부와 관련 부처들이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에는 한·중 협력강화와 국내오염 저감대책, 미세먼지 예·경보제 확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올해 추진하는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는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늘리고, 휘발유와 가스 자동차 제작 시 배출허용 기준을 4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화하며, 배출가스 보증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 등이 제시되었다.

동북아시아는 '호흡 공동체'다. 대기를 국경에 따라 가를 수 없다. 결국 한·중·일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환경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중국 74개 도시와 대기오염 측정 자료를 공유하고, 한·중 공동연구단을 구성해 대기오염 발생 원인을 규명하며 과학기술 인력을 교류한다는 내용이었다. '3국 환경장관회의'에서도 미세먼지에 공동 대응하고 대기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동북아시아의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중·일의 환경 협력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세 나라가 공동의 관심사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려면, 미세 오염물질들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를 좀 더 면밀히 규명하고 이에 대한 초국적 관리를 계획해야 한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은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나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서 주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오염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측정하는 각국의 시스템과 데이터의 표준화도 미흡한 실정이라 3국 차원의 실효적 공동대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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