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위 경찰 '솜방망이' 징계 여전

김건호 입력 2015. 3. 30. 06:02 수정 2015. 3. 3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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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근무지 이탈이 고작 견책대통령 순방 떠나 '비상 기간', 가족 소유 빌라 공사작업 도와경비대는 총기오발 보고 안 해.. 감독 책임자 4명 경고처분 그쳐서울청, 2014년 비위 적발 238건.. 1년 새 40%↑.. 경징계 절반차지

이모 경감은 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 중이던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이나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다.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과 연말연시 업무로 전 경찰이 '정위치 근무' 등 비상근무를 했던 기간이다. 이 경감은 그 시기에 동생 소유의 용산구 이태원동 빌라 증·개축 작업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이 경감이 근무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현장에서 공사인부들을 지휘하고 공사를 감독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지난 11일 개최한 징계위원회에서 이 경감에게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린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이 경감은 징계 결정이 나오기도 전인 지난 2월 인사에서 중요 지역의 파출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견책을 받으면 승진에 지장이 있지만 이 경감처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엔 별 영향이 없다"며 "정직이나 감봉처분이 아닌 단순 견책처분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정부서울청사경비대 소속 이모 일경이 총기 오발 사고를 냈지만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전경대장 김모 경감은 견책처분을, 청사경비대장 김모 총경 등 4명은 경고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경찰청이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 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징계 현황'에 따르면 경찰의 비위 행위 적발 건수는 2013년 170건에서 지난해 238건으로 40%(58건) 늘어났으나 징계 처분은 오히려 가벼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 유형별로는 금품수수가 15건에서 24건, 직무태만이 39건에서 60건, 품위손상이 56건에서 72건, 규율위반이 58건에서 82건으로 각각 늘었다. 그렇지만 경징계 처분은 견책 81건, 감봉 50건 등 131건으로 전체 징계의 55%를 차지했다. 2013년 경징계 비율은 52%였다. 지난해 중징계 비율은 48%였고 유형별로는 ▲정직 50건 ▲해임 29건 ▲파면 20건 ▲강등 8건 순이었다.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한중 교수는 "비위행위가 40% 증가했다면 경찰의 집단적 기강 해이 상황"이라며 "경찰징계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분을 시정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중징계를 받은 경찰도 소청위원회에 들어가면 절반은 감경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정기관인 경찰이 먼저 기강을 바로 세워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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