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왔지만 대학가는 아직 구조조정 '찬바람'

이정혁|최민지 기자|기자 2015. 3. 2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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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건국대 등 내홍..구조개혁 '확산' 조짐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최민지 기자] [중앙대·건국대 등 내홍…구조개혁 '확산' 조짐]

신학기 시작과 동시에 서울 주요 대학들이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중앙대가 구조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건국대도 학과 통합안을 내놓으면서 학내 구성원의 거센 반발에 부딪친 상황이다.

교수와 학생은 "학령인구 감소 탓에 구조개혁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단순하게 취업률 순으로 학과의 통폐합 여부를 결정할 경우 대학이 '취업학교'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올 하반기에 발표가 예정된 교육부의 각종 평가를 내세우면서 당초 안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를 둘러싼 학내 대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앙대는 지난달 2016학년도 입시부터 학과가 아닌 단과대별로 학생을 모집한 후 학생들이 2학년 2학기 때 학과를 선택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학생들의 선택을 못 받은 학과는 자연스레 통폐합되는 구조다.

교수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총학생회의 비대위 성명서를 언론사에 무단으로 뿌린 홍보팀에 대해 고소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학교 역시 "비정상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행위는 엄벌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한 달 내내 캠퍼스·단과대별 구조개편안 설명회를 개최한 중앙대는 학생과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난 25일 학칙개정안을 공고했다. 개정안은 학부·학과의 틀을 유지하고, 전공예약자를 포함한 신입생을 단과대학 단위로 광역화 해 모집하는 등의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교수협의회는 "학칙개정안이 기습 제출됐다"며 이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고 장기투쟁할 뜻을 밝혔다.

건국대도 최근 '교육 내실화와 학문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비슷한 전공 10개를 통합하는 내용의 학사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조개편안에 포함된 학과인 영화학과·영상학과·소비자정보학과의 학생들은 지난 27일 '신입생 호소대회'를 열고 "학교는 당사자인 학생들과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구체적 근거나 자료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학생들은 △학사행정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학사 개편 과정에 대한 설명회와 학생 토론회 개최 △학내 문제 협의 공론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이처럼 대학가에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것은 교육부의 구조개혁 평가와 정부 재정지원 사업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의 다른 주요 대학들도 이들 대학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장·단기 청사진을 점검 혹은 보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대학의 구조조정보다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 이와 관련된 심포지엄에서 "교육부나 대학 당국의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고 인문학과 인문대학의 황폐화 내지 급작스런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교육부는 대학들이 공론의 장을 만들도록 장려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과 쟁투로 인한 낭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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