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카드 사용한 중학생들, 형사처벌 대신 즉결심판
천안동남경찰서, '경미범죄 감경 처분 심사위' 시범운영
(천안=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중학교 2학년 A(14)군 등 3명은 지난달 11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길에서 지갑을 하나 주웠다.
이들은 지갑에 있던 체크카드로 인근 편의점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먹었다.
다음 날에도 A군과 친구들은 이 카드로 과자를 사는 등 5회에 걸쳐 1만 1천400원어치 물품을 구입했다.
이들은 잃어버린 카드를 누군가 사용한다는 체크카드 주인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지갑을 주워 돌려주지 않은데다 남의 체크카드까지 사용했으니, 점유이탈물 횡령죄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형사 입건돼 평생 전과 기록이 남는 것은 물론 자칫 인생을 포기하고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최근 시범 운영하는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제도'에 주목했다.
경미범죄 심사제도는 사소한 범죄까지 형사 입건하는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분 수위를 감경하거나 훈방토록 하는 제도다.
관할 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하며 경찰 간부와 변호사, 교수 등으로 구성된다.
피해 정도가 경미하거나 피해자가 형사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피의자가 고령이거나 정상 참작 사유가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최근 제1회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A군 등을 형사입건하지 않고 즉결심판 회부로 처분을 감경했다.
이 자리에서 심사위원들은 A군 등을 형사 처벌한다면 계도 효과도 없이 전과자만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강력한 형사처벌이 범죄를 예방하는 최고의 수단이 아님을 강조했다.
장권영 동남경찰서장은 "사춘기 우발적 범행의 처벌 전력이 성인으로 성장한 이후 삶에 불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통해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전과자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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