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공항 '웃돈' 관행, 정말 한국인 때문?

입력 2015. 3. 28. 10:23 수정 2015. 3. 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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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급한 성격 탓" vs "과거부터 있어온 것".. 교민사회도 의견 분분

[오마이뉴스 박정연 기자]

캄보디아 공항 경찰들의 급행료 명목의 웃돈 요구가 오직 한국인들만 대상이 된다고 일부 언론은 전했지만, 이에 대한 교민사회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 박정연

'캄보디아 공항에 가면 한국인만 무조건 공항경찰로부터 1달러 웃돈을 요구받는다.'

24일 <국민일보>와 <허핑턴포스트> <노컷뉴스> 등이 여행객 이충수씨가 제보한 동영상 내용을 소재로 보도한 기사의 골자다.( 관련기사 : "유 코리안? 머니머니 1달라" 수상한 캄보디아 공항)

사실 1달러 웃돈에 관한 문제를 다룬 기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요즘도 캄보디아 씨엠립공항이나 프놈펜 포첸통공항에서 공항경찰로부터 급행료 명목의 금품을 요구받았다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캄보디아에 처음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못된 관행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누리꾼들도 공항에서 겪은 실제 경험담까지 밝히며 대사관이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기사에 댓글을 올리고 있다. 언론 보도처럼 실제 한국인만 당하고 있는 게 맞는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도시 씨엠립에 거주하는 교민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교민들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현지 여행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해온 김병희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항에서 1달러 웃돈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항경찰이 금품을 요구한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분명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기사 내용처럼 이게 오직 한국 사람들만 당하고 있다는 주장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 보도와 달리 중국인과 일본인, 다른 아시아인들도 금품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수도인 프놈펜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언론인 루이 홍페이(30)씨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주로 경찰로부터 웃돈을 요구받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가까운 중국인 친구들은 물론이고, 나도 처음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했을 때 1~2달러를 급행료 명목으로 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동안 여러 중국인들이 자국 대사관에 이 문제를 시정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대사관 측이 현지 공무원들에게 절대로 뇌물을 주지 말라고 할 뿐 아무런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대사관에 불만이 많다는 내용도 전했다. 게다가 놀랍게도 그는 오직 중국인만 그런 꼴을 당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반면 최근 만난 일본인 기자 키요노(40)씨는 그런 소문은 들은 적이 있으나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1990년대 유럽 관광객들에게도 웃돈 요구... 한국인 탓 아냐"

▲ 프놈펜 포첸통 공항 입국장 전경

캄보디아 공항경찰들의 웃돈 요구 관행은 수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 박정연

1993년부터 20년 넘게 캄보디아에서 국제 NGO 활동을 해온 교민 김정욱(68)씨는 1달러 웃돈 관행은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있던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캄보디아에는 한국 직항노선이 없었다. 1990년대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한 달에 한 팀 있을까 말까 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앙코르와트를 찾는 여행객은 주로 유럽 배낭여행족이었고, 그들은 공항경찰들의 웃돈 요구에 두말없이 1달러씩 내고 나갔다. 2~3달러를 더 달라고 해서 공항경찰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경우는 종종 봤지만, 결국 대부분 요구하는 대로 몇 푼 더 줘서 문제를 해결했다.

어쩌면 유럽 배낭여행족들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갖고 있던 여행가이드북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따른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관행이었다. 당시 상황만 본다면 절대로 한국인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 기사에 나온 내용처럼, 이런 웃돈 요구 관행에는 한국 관광객들의 책임이 절반쯤은 있다고 동의하는 교민들도 적지 않았다.

현지 여행사 스카이투어 대표 배은상씨는 "2006년 직항로 개설 이후 한국 관광객 수가 급격히 늘면서 좁은 공항을 빠져나오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다 보니, 한국인들의 급한 성격상 몇 푼 주고 적당히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았다. 공항 관리들에게 먼저 접근해 달러 몇 푼을 쥐여주고 빠져나오는 일이 늘기 시작했다. 결국 돈맛을 알게 된 공항경찰들이 먼저 돈을 요구하는 적반하장의 못된 관행이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교민 최윤선씨는 한국인만을 겨냥해 최근에 이런 웃돈 관행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낭설이라 일축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확한 사실관계도 확인 않고 무조건 이런 관행이 마치 우리의 탓이라고 돌리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너무 비하하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해외여행에서 '못난 코리안'으로 낙인 찍힌 콤플렉스 탓인지, 그런 나쁜 관행은 무조건 모두 한국인이 잘못 버릇을 들여 그런 거라고 믿는 경향이 여전하다. 사실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반성할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그런 관행을 조장하거나 부추긴 잘못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그런 관행이 뿌리 뽑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항을 좀 늦게 빠져 나오는 일이 있더라도 먼저 금품을 주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공항 관리들의 부당한 요구를 당당히 거절하는 그런 용기와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한국 관광객들이 공항 관리에 먼저 접근... 웃돈 관행 생겨"

▲ 공항경찰이 가이드를 데리고 공항안으로 안내하는 모습

가이드가 미리 평소 친분을 가진 공항경찰에게 연락해서 급행료를 대신 지불하고, 공항안에서 여행객들을 빼오는 경우도 흔하다.

ⓒ 박정연

자신은 단 한 번도 공항 직원들로부터 금품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교민 이민숙씨(43)는 '고발 동영상을 올린 이충수씨 같은 피해를 입은 여행객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긴 하지만, 우리 관광객들 중에는 이런 나쁜 관행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1년에 평균 4~5 차례 이상 캄보디아 공항을 이용한다. 하지만 단 1달러도 웃돈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다른 교민 지인들도 웃돈을 내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캄보디아를 방문한 관광객들만을 상대로 공항경찰들이 접근해 금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항경찰들도 복장만 보고도 관광객인지 교민인지를 금세 알아채기 때문이다. 공항 입국장 한편에 한국 관광객들이 모여 각자 돈을 걷어 공항경찰을 불러놓고 '빨리 빠져나가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출입국신청서와 비자신청서, 검역관련서류, 세관신고서 등 무려 네 가지나 되는 서류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항경찰은 바로 이런 점을 악용한다. 대충 눈감아주거나 서류를 대신 써주는 조건으로 급행료 명목의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도 입국 관련 서류에 여권번호나 영문 이름조차 기입하지 않고 버티면서 말도 통하지 않아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공항경찰의 표적이 되어 몇 달러 손에 쥐여주고 투덜거리며 나오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관련 기사가 나오기 오래 전부터 금품요구와 관련된 민원과 항의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24일(현지시각) 박태용 한국대사관 참사관은 전화통화를 통해 "지난해 1년 동안 24건의 항의를 받았는데 금년에는 불과 3개월 동안 받은 접수 건만 무려 28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사관 측은 고육지책으로 지난해 11월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항경찰 웃돈 요구에 대응하는 방법과 신고요령을 정리한 공지문을 올리기도 했다. 캄보디아 정부 측에도 이 문제의 시정을 여러 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행화된 악습이 근절되지 않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씨엠립 국제공항 전경

연간 400만명이 넘는 외국관광객들이 찾는 캄보디아지만, 급행료 강요 등 부정적 이미지로 자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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