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의 디지털 36.5도〕"모든것이 업데이트된다..나만 빼놓고"

2015. 3. 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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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컴퓨터를 끄거나 전원에서 분리하지 마십시오. 업데이트 5/39 설치 중"

그제서야 '아차!' 합니다. '당하고 나서야' 제어판 항목 중 '윈도우 업데이트' 설정을 변경하지 않은 것이 떠오릅니다. 업데이트 중임을 표시하는 메시지 옆 동그란 아이콘은 하염없이 돌아갑니다. 출근 후 업무를 시작하려고 컴퓨터를 연결했는데, 상황이 이러면 당혹스러움을 넘어 짜증과 분노까지 치솟습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처음에는 설정을 변경하지 않았거나 컴퓨터를 잘 모르는 제 자신에게 났던 화는 급기야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에게까지 향합니다. "도대체 누구 맘대로 업데이트를 하냔 말이냐"고.

▲지금은 업데이트중

때로 그칠 줄 모르고 몇 시간이고 계속되는 윈도우 업데이트만큼은 아니지만, 뭔가 당하는 불쾌함에 찜찜한 느낌을 떨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메신저 업데이트입니다. 어떤 메신저는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아예 로그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누르면 "업데이트 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뜨는 경우죠.스마트폰을 볼 때는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 '앱스토어' 아이콘 위에 붙은 빨간 숫자딱지가 적지않게 신경을 건드리죠. 업데이트해야 하는 앱의 숫자 알림입니다. 딱 숙제를 안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폰이든, 모바일 OS의 버전 업그레이드는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멋모르고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가 와이파이가 되는 지역을 찾아 헤매거나 몇 십분, 몇 시간을 끙끙앓아야 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죠. 한 대기업 부장은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는데, 롤리팝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동안 전화 송수신을 빼놓고는 심지어 문자메시지까지 모든 기능이 멈춰 반나절 정도를 애를 먹은 경우가 있습니다. 업무 중에 말이죠.그래서 OS의 업그레이드를 기다렸다는 듯 출시되자마자 자신의 모바일 기기에 다운로드 하는 이들도 많지만, 상당수는 미루고 미루다가 숙제처럼 해치우곤 합니다.

이 모두가 업데이트 또는 업그레이드로부터 비롯되는 일들입니다. 모바일 기기를 쥐고 살며 '커넥티드 라이프'(connected life)를 누린다는 것은 곧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가 일상인 삶을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는 보통 구별하지 않고 쓰이죠. 통상적으로 업데이트는 비교적 '마이너한' 문제를 개선하고 기능을보완하는 것을 이르고, 업그레이드는 전반적이고 주요한 성능과 작동방식을 향상시켜 버전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윈도우에서 컴퓨터를 켜고 끌 때마다 수시로 이뤄지는 것은 '업데이트'이고, 윈도우 7에서 윈도우8이 되는 것은 '업그레이드'인 것이죠. 또는 소수점 이하 자리의 버전 변경을 업데이트, 소수점 이상의 자리의 변화는 업그레이드로 칭하기도 합니다. IOS7에서 IOS8로의 변경은 업그레이드, IOS8에서 IOS8.1로의 변화는 업데이트라고 부르는 식이죠.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한 관계자도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간의 정확한 개념 규정은 없다"며 통상적인 구분에 따라 설명했습니다.말뜻 그대로만 보자면 '업데이트'는 '최신' 또는 '최근'이라는 시간에 더 초점을 맞춘 개념이고, '업그레이드'는 성능이나 작동방식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의미를 강조한 용어입니다.

▲누구를 위한 업데이트일까

그렇다면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는 어떤 이유로, 얼마나 많이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주요 기관이나 단체에 문의했습니다마는 이와 관련한 통계나 법령은 없다는 말만 돌아왔습니다.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와 관련한 의문의 핵심은 과연 소비자의 요구와 편익을 위해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생산ㆍ공급자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느냐일 것입니다. 잦은 업데이트로 인한 불편함의 바탕에는 바로 이러한 회의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물론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로 인해 앱과 OS 등 많은 프로그램들의 기능이 개선됩니다. 그러나 적지 않게 업그레이드 버전이 기존 프로그램들과 충돌해 작동이 되지 않거나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키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또 굳이 사용자가 원치 않는 기능이 부가되기도 합니다. 생산ㆍ공급자가 소비자의 이해보다는 새로운 이윤,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기능을 개선하거나 서비스를 확대할 목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최근 아이폰 사용자들은 IOS8.2 버전으로 OS를 업데이트하고 나서 휴대폰 화면에서 낯선 앱을 봤습니다. 출시도 되지 않은 애플 워치의 앱이었습니다. 물론 지울 수 없도록 된 앱이죠.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애플 워치의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셈입니다.여름으로 예정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OS 윈도우10은 무료로 업그레이드된다고 합니다. 윈도우가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한바탕 치러야 되는, 난리에 가까운 소동은 잊어봅시다. 과연 이 '무료'가 진정한 '무료'일까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윈도우10은 모바일 시대에 와서 줄어들었던 MS의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영향력을 복원ㆍ확대하고자 하는 야심이 전면에 드러나있기 때문입니다.

추측일 뿐입니다만, 모든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에는 아마도 사용자의 데이터를 더 많이, 더 정교하게 확보하기 위한 개선되고 강화된 알고리즘이 숨어있을 것입니다. 또 공급자들의 수익 창출을 확대하기 위한 서비스가 탑재돼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대개는 무료로 얻는 개선된 성능과 편의성, 그리고 업데이트에 요구되는 시간과 불편함과 맞바꾸는 기회비용인 셈이지요.

▲업데이트 증후군

그런데,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가 공급자가 정하는 시기에, 공급자의 주도로 이루어지다보니 마치 "주는 떡 받아나 먹어라"라는 느낌을 얻게 되는 것은 비단 몇 명의 사용자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디지털ㆍ모바일 라이프가 주는 피로감과 스트레스입니다.지난해 디지털 미디어ㆍ광고마케팅 연구조사기관인 DMC미디어가 내놓은 '2014년 한국인의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 환경을 수용하는 데 느끼는 스트레스가 점차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인들의 디지털 수용스트레스가 전년도보다 3.3점 상승한 59.5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디지털 기기나 미디어를 실제로 사용하면서 느끼는 '이용스트레스'도 전년 51.2점에서 다소 오른 51.7점이었습니다.

'수용스트레스'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보면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 걱정'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용스트레스지수'에선'디지털 기기나 미디어가 주위에 없으면 불안함을 느낀다'는 데 대한 지수가 가장 높았고, '유행하는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면 불안하다'는 항목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요컨대 디지털ㆍ모바일 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을 따라잡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죠.우리는 세상이 원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업데이트ㆍ업그레이드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 싸여 있는것이죠.

▲'업데이트'냐 '아웃 오브 데이트'냐

오늘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업데이트하거나 업그레이드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세상 속에서 업데이트되고 업그레이되지못하는 것은 정작 나 자신뿐일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에 잠깐이라도 빠질지도 모릅니다.업데이트될 것인가, '아웃 오브 데이트'(out of date)될 것인가'. 이렇게 써 놓고 보면 사뭇 비장함마저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중요하다는데, 디지털 기술의 수용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기에게 맞는 기술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것, 자기에게 필요한 기기와 기술을 꼼꼼히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물론, 분명 기술은 '업데이트된 사용자'를 좋아하고, 기업은 '업그레이드된 소비자'를 원합니다. 세상 등돌리고 살 것이 아니라면 거부하기가 쉽지 않죠.그래도 위안은 있습니다. 업데이트되지 않고,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귀히 여겨주는 누군가의 존재일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SNS, 디지털의 관계망이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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