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국민 2명 억류.. '제2 김정욱씨' 나오나

양낙규 입력 2015. 3. 27. 11:25 수정 2015. 3. 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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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남한 국민 2명을 국가정보원 간첩이라며 억류하고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을 '테러 분자'로 규정해 '제 2의 김정욱'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대남 적개심이 고조돼 남북관계 개선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며 북한에 억류된 국민이 3명으로 늘어난 데 따른 정부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북한은 '괴뢰정보원 간첩'이라며 억류한 김국기(61) 씨와 최춘길(56) 씨의 26일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미국과 국정원 지령에 따라 "가장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 수법으로 감히 우리의 최고수뇌부를 어찌해보려고 날뛴 극악한 테러 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최고지도자 암살과 같이 북한 체제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테러를 모의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김 씨는 중국 단둥(丹東)을 근거지로 2009∼201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과 관련해 예상 이동 경로과 열차 시간 등의 정보를 수집해 국정원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최 씨도 국정원으로부터 "(북한) 최고지도부의 움직임과 관련한 정보 수집에 총력을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실토했다. 그는 남한 공수부대와 특공부대가 북한에 침투할 때 사용할 북한 군복을 구해 국정원에 넘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억류 중인 남한 국민이 3명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0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가 아직도 풀려나지 않은 상황에서 억류자 2명이 추가돼 정부가 이들의 무사 귀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최고지도자 암살을 모의했다는 혐의를 받지도 않은 김 선교사가 작년 5월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음을 고려하면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더 무거운 형에 처해질 가능성도 있다.

당시 김 선교사도 지난해 5월 대외 홍보용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김씨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북쪽에서 운영할 지하교회의 활동 자금이 필요해 국정원과 연결돼 활동하는 것을 남쪽의 가족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며 자신의 도움으로 남측으로 탈북했다는 탈북민 가족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국정원 간부들과 자신이 만나게 된 과정을 국정원 간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상세하게 설명한 뒤 "국정원에서 나와 만난 일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황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2013년 11월초 '국가정보원 첩자'를 체포했다고 발표한 뒤 올해 2월 말이 돼서야 김씨의 신원을 밝히고 첫 기자회견을 공개했었다. 당시 김씨는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선교활동 및 탈북민들의 탈출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같은 북한과 김씨의 주장에 대해 "해당 사건은 국정원과 관련이 없으며, 북측의 날조극"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북한이 자신의 신원을 4개월 가량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조사 과정에 저로부터 지하교회 교육을 받은 북쪽 사람 33명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있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야 자신의 활동이 입증되기 때문에 신원 공개가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남한을 최고지도자 암살까지 추구하는 실질적인 적대세력으로 묘사함으로써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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