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IB 참여 결정..새로운 시장 열리나

김슬기 2015. 3. 27. 08: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IB 재원 상당부분 실크로드지역에 투자 전망

우리나라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 간 논의를 거쳐 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이런 사실을 중국에 서한으로 통보했다고 지난 26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발표문에서 "6월 중 설립협정문 협상이 완료되면 이에 서명하고 이후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창립 회원국으로 최종 확정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적 실익과 국제적 위상 등 외교관계를 고려해 가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의 가입을 강력히 견제했지만 미국의 주요 우방인 영국에 이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최근 잇따라 AIIB 가입을 결정하면서 정부의 부담이 줄어들어 가입이 유력시되어왔다. 중국은 한국에 이달 말까지 창립 회원국 참여 여부를 밝혀달라고 시한을 제시한 바 있다.

기재부는 "AIIB는 우리가 설립 때부터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되는 최초의 국제금융기구"라며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적극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으며, AIIB는 우리의 금융외교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 가입 이후 미중일과의 관계는

일단 미국은 그동안 AIIB의 의사결정 구조 등을 이유로 동맹국의 AIIB 가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가가 AIIB 가입을 발표했고 미국 내 일각에서 미국도 AIIB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중국 주도의 AIIB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 정부가 가입 시기를 최대한 조절하며 '막차'를 탄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가입에 대해 미국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때문에 미국이 당장 크게 문제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작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영국처럼 선도적으로 가입했으면 문제가 있지만 현재로는 한미 관계에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주도의 AIIB 참여 결정에 따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한미간 공식 논의가 시작되고 협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언제든 다시 반대할 수 있어 여전히 남은 숙제다.

중국은 한국 측의 참여를 반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이 아시아의 운명공동체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제안한 AIIB에 아시아의 주요국인 한국이 참여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현재 AIIB 참가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교도통신은 "일중한 3개국이 관계 정상화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일본이 아시아에서 고립될 가능성도 생겼다"고 보도했다.

◆ 韓 서남 아시아 지역 등 인프라 사업 활발할 것

자료제공=하나대투증권

AIIB 가입에 따라 서남 아시아 지역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재부 역시 "AIIB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운영될 경우 아시아 지역에 대형 인프라 건설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AIIB 참여 결정으로 건설, 통신, 교통 등 인프라 사업에 경험이 많은 우리 기업들의 사업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보면 AIIB에 따른 한국경제의 수혜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새로운 산업동력을 찾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라고 평했다.

안 연구원은 "AIIB가 재원을 통해 투자할 곳은 상당부분 중국과 유럽을 잇는 과거의 초원길, 비단길에 있다. 이들 중앙아시아 지역은 도로와 철도를 비롯한 인프라망이 열악하다는 점에서 수요를 기대해 볼 만한다"고 설명했다.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AIIB에 가입하면 전반적으로 한·중 경제협력에 도움이 되고 아시아 개도국의 인프라 사업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신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 때문에 참여했을 것"이라면서 "AIIB의 궁극적인 목적인 신실크로드 경제권은 유라시아 대륙뿐만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에 걸친 20조 달러에 달하는 대형 시장이다"라고 평했다.

소 연구원은 이어 "경제적 실리를 투구했고 프로젝트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리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호재로 인식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기술력 향상에 따른 경쟁심화 및 동아시아를 둘러싼 정치적 변수들에 대해서는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향후 남은 쟁점은?

현재 자본금 1000억 달러 가운데 중국이 500억 달러를 출자하는 등 중국의 독주가 예상돼 연말로 예정된 AIIB 출범까지 세부적인 운용원칙을 둘러싼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설립협정문을 마련하는 6월까지 지분배분과 이사회 상임화, 부총재 자리 확보 등의 문제를 놓고 중국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 특히 가입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던 AIIB의 지배구조와 한국의 지분 문제를 놓고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중국의 지분이 50%에 달해 지나치게 중국 중심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 AIIB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개발은행이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21개국이 양해각서(MOU)에 서명해 예정창립회원국으로 확정됐고,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ㆍ몰디브, 사우디아라비아, 타지키스탄, 요르단의 추가 가입이 승인됐다. 본부는 베이징으로 결정됐다. 지금까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가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자본금이 1000억달러, 초기 청약자본금이 500억 달러다. 국가별 지분은 국내총생산(GDP)을 주요 기준으로 해서 산정될 예정이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