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외신 "박근혜 대통령직은 표류 중"

입력 2015. 3. 16. 17:55 수정 2015. 3. 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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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로버트 켈리 교수 기고.. "박 대통령 속한 세력, 현상유지 원해"

[오마이뉴스 유성애 기자]

"박근혜의 대통령직은 표류 중이다(Park Geun-Hye's presidency is adrift),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초점이 없다"는 비판적 내용의 기고문(사진)이 지난 13일 호주 연구기관인 로위국제정책연구소가 발행하는 <인터프리터>에 실렸다.

ⓒ 인터프리터 화면캡쳐

"박근혜의 대통령직은 표류 중이다(Park Geun-Hye's presidency is adrift),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초점이 없다"는 비판적 내용의 기고문이 호주 연구기관인 로위국제정책연구소가 발행하는 매체인 <인터프리터>에 실렸다.

부산대학교 국제관계학·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인 로버트 켈리(Robert E Kelly) 교수가 지난 13일 이 매체에 ' 박근혜의 대통령직은 표류 중이다(Park Geun-Hye's presidency is adrift)'의 제목으로 기고한 것이다.

켈리 교수는 기사 도입부에서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3년이 더 남은 가운데, 한국에서 느껴지는 공통된 정서는 그녀의 대통령직이 이미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의 대통령직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투명하고 초점이 없다"고 평가했다.

외신전문 번역매체 뉴스프로에 따르면, 켈리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끝없는 인사 논란과 스캔들은 이 행정부의 상징처럼 됐다"며 "대담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대통령직은 임시직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썼다. 그는 "현 상황을 수호하고자 하는, 특색 없고 우편향적인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을 묘사하기도 했다.

켈리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다수 문제점은 그가 대통령직에 출마한 방식과 이를 수행한 방식 사이의 극명한 대조에서 나온다"고 적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당시 선거 캠페인에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재벌 규제 등을 외쳤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속한 세력은 진보화나 사회민주적 변화에 관심이 적다, 이 세력은 현상유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해 "세월호 여객선 침몰 후, 일상적으로 과적을 일삼아 승객들을 위태롭게 만든 기업의 관리 부실에 미온적인 개혁을 제안했다"며 "이런 미지근한 대처에 대해 비난 받자 박근혜는 종종 박근혜 정부의 특징이 되고 있는, 이해하기 힘든 침묵으로 도피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인터프리터 기사 전문이다.

<박근혜의 대통령직은 표류 중>

박근혜가 지난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한국의 대통령으로 일하며 아직 거의 3년의 임기를 더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현재 이곳(나는 한국에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에서 느껴지는 공통된 정서는 그녀의 대통령직이 이미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대통령직은 재난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 박근혜는 한국의 조지 W. 부시는 아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투명하고 초점이 없다. 박근혜 행정부의 끝없는 인사 논란과 스캔들은 이제 이 행정부의 상징처럼 됐다. 임기 2년도 안 된 지난 1월 그녀의 지지율은 30% 이하로 추락했다 ? 대통령 임기 중 이렇게 일찍 추락하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스캔들로 인해 마비가 된 데다가, 주요한 변화를 이루는 것에 대한 박 대통령 자신의 명확한 무의지, 혹은 무능력에 기인한 박 대통령의 이상할 정도의 나태함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몇 가지 대담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대통령직은 임시직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그녀는 특색 없고 우편향적인, 현 상황을 수호하는 인물이 되어가고 있으며, 과거에는 한국에 잘 맞았을지 모르나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잔존하는 시스템을 지키려 하고 있다.

박근혜의 많은 문젯거리는 그녀가 대통령직에 출마한 방식과 대통령직을 수행한 방식 사이의 극명한 대조로부터 기인한다. 그녀의 전임자는 인기 없는 신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였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하여, 그녀의 선거운동은 신자유주의적 보수주의와 결별하고 사회민주주의적 중심을 향했다.

선거 캠페인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를 더 공평하게 할 것이며 (최근 한국에서 부의 불평등이 커다란 이슈가 되어왔다), 복지 국가 원조, 특히 노인에 대한 원조를 확대하고, 법 위에 자주 군림하는(소위 '땅콩 분노' 재벌가 자녀의 최근의 오만불손함에서 잘 설명되는) 한국의 대기업들(재벌)을 규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모든 것들은 2012년 한국 정치의 트렌디한 문구, '경제 민주화'에 담겨 있다.

하지만 박근혜의 국내 연합세력은 진보화, 사회민주적 변화에 거의 관심이 없으며, 박근혜 자신이 바로 한국의 깊은 보수적 산업 상황의 산물이다. 인터프리터에 기고한 첫 번째 기사 중 하나에서, 나는 박근혜가 현상 유지로 이득을 보는 바로 그 국내 연합세력 출신이기 때문에 그녀가 한국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빠른 성장과 독재정치 두 가지 다와 굳건히 연관되는 한국의 전 독재자 (박정희)였다. 그의 정치는 재벌(대충 말해서 예전 일본의 자이바츠와 비유되는)이 만들어지도록 도왔다. 당연하게도 박근혜는 아버지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여왔다.

그녀는 언론을 탄압하고 좌파 정당을 해산시켰으며, 그녀의 취임사에서는 또 하나의 '한강의 기적'을 약속했다(한강은 서울 한가운데로 흐르는 강으로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은 박정희 통치 하에서의 빠른 근대화를 자축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단어).

그러나 교육, 보육, 무역 정책, 기업 경영 같은 분야에 있어 절실히 필요한 개혁보다는 박근혜는 마치 지금이 여전히 1975년인 듯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구시대적 기술관료주의적이고 발전주의적인 정책을 더 내놓았다: 5개년 경제 성장 계획, 정부 투자, 무역 흑자에 대한 집착, 재벌들을 위한 연화 차관 제공 등 같은 정책들이 바로 그 예들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확히 박근혜의 연합세력이 원하는 것이다.

재벌들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보수주의자들과 가장 가까웠고 수십 년간 그들의 주된 정치적 목적은 심각한 독점금지 움직임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가 애초에 만들어내도록 도운 이런 옛 한국의 재벌들과 대결하기에는 언제나 이상한(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그녀의 또 다른 커다란 지지 세력은 노년층들이다. 2012년 박 대통령의 득표와 가장 큰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연령이었다.

노년층의 한국인들에게 한강의 기적과 재벌은 전성기 시절의 상징이다. 이 같은 유권자들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여 거짓으로 언론 매체를 기소하고 선거로 뽑힌 정치정당을 헌법적으로 파괴하는 것과 같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우려는 별로 시급하지 않거나 혹은 박정희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어쩌면 정상적인 것일지 모른다. 젊은 층의 한국인들이 독재정치를 했다는 이유로 박정희에 대해 심하게 상반되는 감정을 가진 것에 비해, 노년층의 한국인들은 그런 경향이 덜 하다.

이러한 연합 세력과 함께 박 대통령이 근대화된 변화를 추진해냈다면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때때로 올바른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재계 재벌들이 정보화 경제의 미래에서는 점점 뒤떨어지는 제조업 시대의 과거를 표방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한국이 '창조 경제' 국가가 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짐작했던 대로 그녀는 이를 인가된 업체에 국가자금을 지원하는 식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촉진하려고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국에서 실리콘 밸리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도 정부 관료가 자신들의 어깨너머로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멋지고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낸 적은 없다.

그리고 목록은 계속된다: 박근혜는 증세 없이 노인복지 제도를 확대할 것을 약속했지만, 놀랄 것도 없이 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민주화(불균형을 줄이고, 재벌의 고삐를 죄는것)는 심지어 더 이상 언론에서도 언급되지 않는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떨어지는 한국의 출산율을 개선하기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또한 한국 재계에 대항하기를 꺼리며 그녀는 직장 탁아소나 출산휴가법을 추진하지도 않았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후 그 여객선에 일상적으로 과적을 일삼아 승객들을 위태롭게 했던 기업의 관리부실에 미온적인 개혁을 제안했다. 그러한 미지근한 대처에 대해 비난받자 박근혜는 종종 박근혜 정부의 특징이 되고 있는 이해하기 힘든 침묵으로 도피했다.

대통령 임기는 단지 3년 정도만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는 많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대충 임기를 때우다가 북한이 도발하기라도 하면 그녀의 지지율은 증가할 것이다. 한국의 구조적인 경직성의 문제들(급속한 고령화, 교육에 대한 맹신, 부풀어 오르는 소비자들의 채무 등등)은 그녀의 임기 동안 끓어 넘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에게 이 모든 심각한 문제들이 떠넘겨지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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