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이랜드 회장, 없는 게 없는 '은둔의 경매왕'

송병우 기자 입력 2015. 3. 7. 06:01 수정 2015. 3. 7.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틀스가 타던 자동차,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우승 트로피, 고(故) 박정희·김대중 대통령의 소장품,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의 공연 의상,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노벨 경제학상 메달….

한 남자가 이 모든 걸 갖고 있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은둔(隱遁)의 경매왕'으로 불린다. 언론 노출이 적고 대외 활동도 거의 없지만, 회사를 경영하며 틈틈이 희귀품을 사 모으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희귀품 수집은 20년 넘게 진행 중이다. 그가 지금까지 경매·수집으로 모은 물건 중 공개된 것만 3000여개가 넘는다. 박 회장은 분야와 값을 가리지 않고 희소성 있는 물건을 모았다. 고고학자들도 구하기 어렵다는 조선시대 영조(英祖)·정조(正祖) 전시품(3개)뿐 아니라, 박정희·노태우·김대중 등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소장품도 10개 이상 갖고 있다. 구체적인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가 월드 투어(순회공연) 및 영화 촬영 당시 입었던 무대·영화 의상과 아카데미시상식의 오스카 트로피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201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매 회사를 통해 오선 웰스가 '시민 케인'으로 1942년 받은 오스카 트로피를 86만1542달러(약 11억원)에 사들였다. 같은 해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다이아몬드를 101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박 회장은 영국 비틀스와 관련된 희귀품도 30여점 이상 보유 중이다.

박 회장은 야구광들이 열광할 물건도 여러 개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1982년 리그 우승으로 거머쥔 트로피다.

박 회장은 2012년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유격수 '아지 스미스'가 경매에 내놓은 우승 트로피, 1983년 올스타 반지(20점), 골든 글러브(13개) 등 소장품 34개를 51만9203달러(약 5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브루클린 다저스 선수 60명의 친필 사인 석판화, 밥 깁슨의 올스타 트로피, 라마 호이트의 사이 영(Cy Young) 트로피도 박 회장의 재산이다.

이랜드 측은 소장 가치가 모든 귀중품을 수집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박물관을 건립·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은 돈의 가치보다 문화·콘텐츠의 힘을 믿고 이를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여긴다"며 "단기적으로 의·식·주·휴·미·락 등 이랜드 6개 사업 영역에 필요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박물관 건립을 위한 수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 회장은 어렵게 구한 물건들을 애슐리, 켄싱턴·렉싱턴 호텔 등 이랜드 각 계열사 매장 및 영업 현장에 전시해 일반인들과 공유한다.

이랜드의 외식 사업을 주도하는 애슐리에 가면 존 레넌의 기타, 마이클 잭슨의 의상이 있다. 특히 애슐리 홍대점은 뮤지션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매장 전체를 '미국 팝 뮤지션의 전당' 콘셉트로 꾸몄다.

여기에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1970년대 애용하던 기타를 비롯해 존 레넌, 마이클 잭슨, 마돈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의 개인 물품이 있다. 미국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이 뽑은 '위대한 아티스트 100인(人)'의 사진과 친필 사인 엘피(LP)판, 세계 7대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던 기타도 있다.

박 회장은 서울 렉싱턴 호텔은 야구, 강원도 켄싱턴스타호텔은 '비틀스(The Beatles)'의 공간으로 꾸미기도 했다. 현재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엔 미국 프로야구 선수 100여명의 사인 석판화, 트로피, 반지가 전시돼 있다.

켄싱턴 스타 호텔은 비틀스 소장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공간의 이름은 애비로드(ABBEYROAD) 라운지다. 애비로드는 비틀스가 1969년에 발표한 앨범명이자 실제 영국 런던의 한 거리 이름이다. 라운지에는 50여종의 비틀스 관련 악기, 의상, 친필 메시지, 자동차 등이 있다.

비틀스의 첫 정규 앨범 '플리즈 플리즈 미(Please Please Me)' 원본 앨범, 멤버 전원이 사인한 세계 유일의 기타, 존 레넌이 무대에서 즐겨 입던 오리지널 수트(정장), 폴 매카트니의 메시지가 쓰인 악보, 미국 레코드협회에서 받은 골드 디스크상도 볼 수 있다.

이랜드는 앞으로 박 회장의 전시물을 활용한 박물관·매장 등으로 신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큰돈을 들여 계속 뭔가를 사들인다는 부정적 시각이 아니라, 소장품이 콘텐츠가 되고 이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큰 가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현재 그룹 내 박물관 준비팀을 중심으로 소장품을 활용한 문화 공간을 구상·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