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1cm 더 길었으면 경동맥 치명상.. 왼팔은 칼 막다 관통

2015. 3.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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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당한 美대사/긴급수술 경과]

[동아일보]

5일 오전 9시 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회원이자 통일운동단체 ‘우리마당’ 대표인 김기종 씨의 칼에 찔린 오른쪽 턱 위 상처 부위는 하마터면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깊었다.

리퍼트 대사는 오전 7시 40분 사건 발생 직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1차 치료를 받은 뒤 오전 9시 반경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 오전 10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수술을 받았다.

○ 치명적인 경동맥 손상 간신히 면해

수술 직후 기자회견을 연 세브란스병원 측은 “천운이 도왔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가 입은 상처는 크게 두 곳. 하나는 얼굴 오른쪽 광대뼈 부위에서 오른쪽 턱 근처까지 길이 약 11cm, 깊이 3cm의 자상(베인 상처)과 열상(찢어진 상처). 얼굴 상처는 위쪽보다 아래쪽이 더 깊었다. 다른 하나는 왼쪽 전완부(팔꿈치 아래부터 손목까지) 중간 부위 2cm 정도의 관통상이다. 왼쪽 새끼손가락에는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안면부 수술을 집도한 유대현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깊은 상처였지만 주요 신경과 침샘을 모두 비켜 갔다”며 “(흉기가) 1∼2cm 더 내려갔다면 경동맥(목동맥)도 건드릴 수 있었지만, 대사가 움직였는지 다행히 이곳도 피해 갔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턱뼈 부분 신경에 일부 손상이 있어 이를 잇는 수술과 함께 80여 바늘을 꿰맸다. 유 교수는 성형수술로 흉터를 최대한 줄이려 했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만약 경동맥을 다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박덕준 JYP성형외과 원장은 “경동맥을 다쳤다고 하면 출혈이 상당했을 것이다. 누르고 있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고 당장 응급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다”고 말했다.

얼굴과 함께 팔 부분의 수술도 동시에 진행됐다. 팔 수술을 담당했던 최윤락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힘줄 근육 2개가 부분 파열됐고, 신경 손상이 일부 있었다”며 “봉합수술을 했고, 4주 정도 고정하면 기능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새끼손가락 쪽 감각 저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성환 브래덤기념병원 원장은 “수술 시간이 비교적 짧은 것으로 봐서는 팔에 큰 후유증이 남을 것 같지는 않다. 혈관이나 뼈 등 중요 부위는 다친 것 같지 않다”며 “다만 얼굴의 경우 표정을 지을 때 어색한 경우가 생기는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후속 치료

리퍼트 대사는 강북삼성병원에서는 컴퓨터단층(CT) 촬영과 지혈 등의 간단한 진료만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강북삼성병원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응급실에도 교수급 의료진이 24시간 대기한다. 이분들이 대사를 치료한 것 같다”고 했다.

리퍼트 대사가 강북삼성병원에서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긴 것도 이목을 끈다. 미국 혈통인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이 강북삼성병원으로 찾아간 것도 세브란스병원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병원은 미국 외교관 지정 병원이기도 하다. 리퍼트 대사의 부인 로빈 리퍼트 씨가 올해 1월 20일 아들을 낳은 곳도 세브란스병원이라 편안함을 느꼈을 수 있다.

리퍼트 대사는 앞으로 최소 3, 4일 입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병실은 2001호로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에 입원했던 곳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도 2010년 3월 방한 중 복통으로 이곳에 입원했다. 145m² 규모인 병실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장 큰 입원실이다.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리퍼트 대사는 말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며, 6일 아침부터는 일반 식사를 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리퍼트 대사가 서울 용산구 미군부대 내 병원에 입원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 병원을 떠나 미군 병원에 가면 상황이 안 좋다는 인식을 낳을 수 있어 우리 병원에 계속 입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병선 bluedot@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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