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대사 테러] 범인 金씨, 從北 인사(옆 테이블에 있던 노某 연세대 명예교수)에 "유인물 뿌려달라".. 제압된 뒤엔 反美구호

김강한 기자 입력 2015. 3. 6. 03:05 수정 2015. 3. 6. 09: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조찬 강연장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 도착한 것은 5일 오전 7시 33분쯤이었다. 행사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였다.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리퍼트 대사는 강단 바로 앞 헤드 테이블에 앉았다. 강단을 등진 대사 오른쪽은 통역, 왼쪽으로 장윤석 의원(새누리당), 김덕룡 민화협 상임고문, 김성곤 의원(새정치연합), 이주영 의원(새누리당) 등이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전체 참석자는 약 200명 정도였다. 강연 주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 관계 발전 방향'이었다.

리퍼트 대사와 한 테이블에 앉은 참석자들은 그가 한국 부임 후 낳은 아들 얘기를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그 사이 빵과 수프가 서빙됐다. 오전 7시 38분쯤 참석자들이 막 수프를 먹으려는 순간 리퍼트 대사가 "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얼굴에서 피를 흘렸다. 6번 테이블에 앉아 있던 김기종(55)씨가 리퍼트 대사 등 뒤에서 오른손에 든 길이 25㎝ 흉기를 대사 얼굴에 휘두른 뒤 대사의 목을 감고 있었다. 리퍼트 대사 왼쪽에 앉았던 장윤석 의원은 "대사가 '둘째 아이도 한국에서 낳고 싶다'고 말하던 순간 습격당했다"며 "김씨가 대사 오른편 통역 쪽까지 조용히 걸어와 그제야 흉기를 꺼내들었기 때문에 아무도 미리 눈치 채지 못했다"고 했다. 김성곤 의원은 "김씨가 주먹으로 내려치는 줄 알았는데 손에 흉기를 갖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장 의원 등 동석자 3~4명이 일어나 김씨를 넘어뜨려 제압했다. 현장의 사복경찰 2명도 합세해 흉기를 빼앗고 김씨를 체포했다. 한 목격자는 "김씨는 넘어진 상태에서도 리퍼트 대사의 종아리를 잡고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엎드린 채 "미국이 남의 나라에 와서…. 독도는 우리 땅이다"라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목격자는 "나는 김기종이다. 남북은 통일돼야 한다"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구모(55)씨는 "김씨가 대사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다 마지막 두세 걸음은 빠르게 옮겨 대사를 공격했다"고 했다. 그는 "김씨는 '다 준비해왔다. 나는 전부 준비해왔다'라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오전 7시 40분쯤 참석자들과 경찰 경호를 받으며 밖으로 걸어 나와 경찰 순찰차를 타고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갔다. 칼을 맞은 그의 얼굴과 왼쪽 팔에서 흘러나온 피가 손가락 사이로 뚝뚝 떨어졌고, 분홍색 넥타이에도 핏방울이 묻었다. 장윤석 의원은 "테이블 위에도 굵은 핏방울이 20여 군데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종로경찰서로 연행됐다. 그는 연행 중 종로서 앞에 드러누워 "30년간 전쟁 훈련에 반대해왔다"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렸고, 경찰서 안에선 "전화기 주십쇼. 김기종 전화기 주십쇼. 변호사 불러서 하겠습니다"라고 고함을 쳤다. 연행 과정에서 발목 골절상을 당한 김씨는 "치료를 받기 전 어떤 진술도 하지 않겠다"며 버텼고, 인근 적십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조사를 받았다. 그는 들것에 실려 병원을 오가면서도 "전쟁 훈련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이 못 만나지 않습니까. 키리졸브 훈련 반대합니다"라고 외쳤다.

김씨는 공범 여부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이걸 같이 하면 더 난리 난다" "혼자 범행했고, 강연 초청을 받은 뒤 혼내주겠다고 결심하고 10일간 계획을 짰다"고 진술했다. 그는 "작년 10월에 부임한 마흔 갓 넘은 또라이가 어떻게 우리나라 통일정책을 감당할지 안타까워서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에 사용된 흉기 외에도 커터칼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단독 범행을 주장한 김씨의 주장과 달리, 목격자들은 "김씨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3번 테이블에 있었다는 한 참석자는 "범행 전 자리에서 일어난 김씨가 옆 사람에게 유인물 20~30장을 줬다"며 "범행 뒤 제압당한 김씨는 그 사람을 향해 '교수님, 빨리 팸플릿 돌리세요'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전했다. 5번 테이블에 앉았던 신모(69)씨도 "(팸플릿을 전달받은) 이 남성은 김씨의 범행 후 곧바로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유인물을 넘겨받은 사람이 연세대 명예교수인 노모(70)씨임을 확인, 이날 오후 그를 소환 조사했다. 유인물에는 '남북 대화 가로막는 전쟁 훈련 중단해라!' '우리나라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켜라!'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노씨는 경찰에서 "김씨가 갑자기 내 가방에 유인물을 구겨넣고는 대사에게 돌진했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사전 공모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유동열(57) 전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노씨는 연방제 통일을 지향하는 종북 세력의 원로로 줄곧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김씨의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에서 2011년과 2012년 '6·15 공동선언 그리고 평화협정' 등의 주제로 강연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