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로 흔들릴 관계 아니다" vs "주한미군 철수 고려를"

2015. 3. 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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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당한 美대사/美전문가-시민 반응]

[동아일보]

CNN 긴급 뉴스 타전

5일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왼쪽 위)가 미 CNN방송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 테러 사태에 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힐 전 대사는 "치안이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CNN 화면 캡처

《 '미국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주한 미대사가 테러를 당했다는 소식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매우 불행한 사건"이라며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훨씬 격앙됐다. "한국 내 반미 감정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새삼 놀랐다"는 반응과 "우리

아들딸들(주한미군)이 목숨을 내놓고 지키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한반도 전문가를

포함해 전화 인터뷰를 한 미국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한다. 》

○ 전문가들 "더 굳건한 관계 유지해야"

대부분의 미 한반도 전문가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긴 하지만 이런 일로 한미동맹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주한 미대사를 지낸 스티븐 보즈워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은 "소식을 접하고 내 입에서는 '오 마이 갓(Oh My God)'이 튀어나왔다"며 "한국 내 반미 감정에 대해 잘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향후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더 굳건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런 일이 터지면 한미 간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의 오랜 한국 관련 업무 경험으로도 그렇고 대부분의 미국인도 이런 일이 결코 남한 내 반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지금은 리퍼트 대사의 회복과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잘 헤쳐 나갈 것이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매우 매우 불행한 일이 일어났지만 제복을 입는 미국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한미 관계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미 관계는 (이런 일로 흔들릴)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위원장을 지낸 도널드 맨줄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대사와 가족을 위한 기도이다. 범인의 행동이 굳건한 한미 관계를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번 일이 혹여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사건을 접하고 너무 놀랐다"면서 "큰일이야 더 없겠지만 최근 웬디 셔먼 차관 건으로 한미 간에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터져서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미 정부 내에 있다"고 전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도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번 일을 저지른 범인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소 수년간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은 왜 한국 법원이 이 범인이 일본대사를 공격한 뒤 집행유예를 선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반영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경호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미 몇 년 전에 일본대사를 공격해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이 어떻게 또다시 미국대사에게 다가가는 상황이 될 수 있었는지 아직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 보안은 현지 외교관들도 철저히 해야 하지만 주재국인 한국의 보안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매우 안타깝다"면서 "많은 미국인은 리비아 주재 미대사 피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대한민국처럼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동맹국에서 일이 터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충격, 분노… 美 시민들

소식을 들은 미국의 일반 시민은 대부분 겉으로는 냉정하고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지만 가장 친한 동맹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놀랍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보 듀어 씨는 "우리 (미국)대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아침을 먹다가 칼을 맞았는지 모르겠다"며 "일반인의 생각엔 '아니, 한국 경찰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생각할 거다. 나도 그렇다. 한국 정부에 실망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제니퍼 포스터 씨도 "미국이 한국에 뭐 그리 잘못했다고 강연하러 간 사람이 칼을 맞느냐. 한국에는 총이 없다는데 미국으로 치면 아침 먹다가 총 맞은 것 아니냐"고 밝혔다.

기사를 전하는 언론의 댓글들도 분노와 흥분이 주를 이뤘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 댓글 중에는 "한국의 젊은 사람 중에는 '미국이 남북통일에 방해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간혹 있다"는 비교적 중립적 시각도 있었지만 "이럴 바에는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한국 경찰은 미친 사람을 대사 근처에 접근하도록 했느냐" 등의 흥분 섞인 반응도 있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신석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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