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최우방 수도서 어떻게 이런 일이" 反美감정 촉각

입력 2015. 3. 6. 03:05 수정 2015. 3. 6. 03: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테러당한 美대사/충격에 빠진 美]

[동아일보]

美대사관 경계 강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습격 사건이 발생한 5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에는 경찰 1개 중대가 추가로 배치되는 등 경계가 강화되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가장 친한 동맹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4일 미국 동부 기준으로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간. CNN을 비롯한 미국 주요 방송들은 일제히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마크 리퍼트 대사의 피습 소식을 전하면서 충격에 빠진 현지 모습을 전했다. 방송들은 일제히 피를 흘리며 걸어가는 대사의 모습이 담긴 한국 TV 영상을 전하면서 "대사가 강북삼성병원 응급실로 갔다" "중상이기 때문에 더 큰 병원으로 옮겨졌다" 등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CNN은 온라인 뉴스에 '(칼로) 베이다'보다 더 자극적이고 심한 상처를 의미하는 "SLASHED(난자당했다)"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 미 언론이 보는 사건 원인

CNN, 월스트리트저널, AP통신 등 대표적 미 언론들은 김기종 씨가 현장에서 "전쟁 훈련하면 우리나라 통일 영원히 안 됩니다"라고 외쳤다면서 이번 테러가 한미 연합 군사연습(키리졸브)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에서는 반미 시위대가 키리졸브에 반대하는 시위를 여는 등 논란이 있었다"며 "북한도 이 훈련을 할 때마다 미사일을 쏘는 등 격렬한 분노를 표출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뉴욕타임스도 "한국의 일부 좌파 운동가들은 '키리졸브가 남북 관계의 긴장을 가져오고 평화 논의를 방해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이번 테러의 배후에 혹시 북한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여과 없이 내보내기도 했다. CNN의 한 앵커는 톰 푸엔테스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을 전화 인터뷰하며 "북한의 스파이들이 남북한을 오가고 있지 않느냐. 이번 일도 북한과의 연관성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푸엔테스 전 부국장은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북한이 암살자를 고용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 한국의 반미 감정도 원인

미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들의 뿌리 깊은 반미 감정에도 주목했다. CNN은 속보에서 "한국 내에 미국이 무장 군인을 보내 통일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의회에 해외 안보와 관련한 지원을 막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사일 문제, 인권 문제 등으로 북한과의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한국의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미군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시민은 현재의 분단 상황이 미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국 더 타임스도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복잡하다"고 전제한 뒤 "미국은 북한의 남침을 막아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많은 한국 사람은 미국을 통일의 걸림돌로 여기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출신인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국제관계학)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은 9·11사태가 미국인에게 주었던 테러 공포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는 한국의 일반 시민이 미국 대사를 자유롭게 만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한국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보도하는 미국 언론의 기사에는 수천 개의 시민 댓글이 달렸다. 허핑턴포스트에는 서울을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와 비교한 'BENGHAZEOUL(뱅가제울)'이라고 표현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2012년 9윌 이슬람 무장단체가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로켓포 등으로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을 빗댄 말이다.

○ 한국인과 친하고 싶어 했는데…

미 언론들은 리퍼트 대사가 부임 후 한국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한국에서 낳은 첫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 이름을 붙일 정도로 소탈하고 정겨운 행보를 보였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이런 친한(親韓) 인사가 테러를 당할 정도로 한국의 반미 감정이 높은가"라고 되물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리퍼트 대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미국이란 존재는 여전히 논쟁거리"라고 표현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CNN과의 전화 통화에서 "어떻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괴한이 대사의 얼굴에 공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행사장에 그 흔한 금속탐지기조차 없었다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겼던 친구 국가인 한국의 멍청한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최창봉 ceric@donga.com·전주영 기자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