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 대사 테러] '불과 1,2 초' 金씨 악수하 듯 다가가 흉기 휘둘러.. 피습 상황 재구성

정부경 황인호 양민철 기자 2015. 3. 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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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광대뼈 밑 11cm 찢어져.. 金, 예약 안해 이름표 달고 입장 "단독 범행, 열흘간 계획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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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전복죽을 한술 뜨던 참이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5일 오전 7시40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강연회에서 강연에 앞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때 4∼5m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있던 시민단체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55)씨가 다가왔다. 악수를 하려는 줄 알고 일어서던 리퍼트 대사는 갑자기 목을 잡고 쓰러졌다. 오른쪽 광대뼈에서 턱 쪽으로 약 11㎝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입장부터 범행까지 '3분'=김씨는 미리 준비한 길이 25㎝ 과도로 리퍼트 대사의 얼굴을 그었다. 이어 칼을 휘둘렀다. 이번엔 방어하기 위해 뻗은 리퍼트 대사의 왼팔을 관통했다. 김씨는 과도를 압수당할 상황에 대비해 커터칼까지 지니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CCTV 분석에 따르면 오전 7시33분 리퍼트 대사가 행사장에 입장했고 2분 뒤인 7시36분 같은 출입구로 김씨가 들어갔다. 김씨는 무대를 기준으로 리퍼트 대사가 앉은 중앙 헤드테이블의 오른편 뒤쪽 테이블에 앉았다.

7시38분쯤 조찬이 시작되자 김씨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참석자 옆에 A4용지 크기의 유인물 10장을 내려놓고 헤드테이블 쪽으로 이동했다. 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간 뒤 흉기를 휘두르기까지 불과 1,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7시39분 리퍼트 대사는 쓰러졌다. 김씨가 행사장에 입장한 지 3분 만이었다. 리퍼트 대사는 7시40분 얼굴을 감싸고 행사장 밖으로 나왔다.

김씨는 초청장을 받았지만 회신을 하지 않아 참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행사 관계자가 현장에서 손으로 써준 이름표를 달고 들어갔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정보관이 김씨 출입이 가능한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행사 관계자는 참여 단체의 일원이라 괜찮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피습 직후 냅킨으로 흐르는 피를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 순찰차를 타고 강북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지혈 등 응급처치와 기본적 검사를 받고 오전 9시30분쯤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열흘간 준비한 단독 범행"=김씨는 뒤쪽 테이블에 있던 미국대사관 경호팀과 민화협 관계자,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등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그는 "유인물을 나눠주십시오. 지난 3월 2일에 훈련 반대하면서 만든 유인물입니다. 왜 전쟁훈련 합니까. 전쟁훈련 하면 우리나라 통일 영원히 안 됩니다"라고 소리쳤다.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간 뒤에도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린 채 한동안 저항했다.

김씨는 8시10분쯤 서울 종로경찰서로 옮겨져 3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오른쪽 발목을 치료하기 위해 11시쯤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됐다. 제지당할 때 발목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들것에 누워 있던 김씨는 단독 범행인지 묻는 취재진에게 "이걸 (다른 사람과) 같이 하면 어떻게 되느냐. 더 난리난다"면서 "혼자 범행했고 강연 초청을 받은 뒤 열흘간 계획을 짰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키 리졸브(Key Resolve) 연습을 꼭 중단시켜야 한다. 그래서 내가 희생을 했다"면서 "전쟁 훈련을 중단시키고자 한 짓"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범행 당시 가져온 유인물에는 전쟁 훈련을 중단하고 전시작전 통제권을 환수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우리마당의 인터넷 카페에는 '전쟁훈련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들이 만나지 못했다. 예전에도 팀스피릿 훈련이 중단된 적 있다. 전쟁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와 있다.

경찰은 종로경찰서에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조직했다. 김씨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휴대전화 통화내역·문자 송수신 내역 통신감청 영장도 신청했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특별법상 흉기 등 소지 상해 혐의 적용을 검토해 이르면 6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리퍼트 대사에게 미안하다. 개인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상처를 입힐 생각은 없었고 겁만 주려고 했다. 미국에 경종을 울리려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김씨의 변호사가 전했다.

정부경 황인호 양민철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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