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빅데이터 읽어주는 남자] 그녀가 밤 10시에 화장을 고치는 이유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2015. 3. 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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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성이 아침마다 화장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냅니다. 매일 평균 32분을 화장에 쓰고 있다는 조사를 보면, 잠이 모자라는 분들은 아침 식사와 화장을 맞바꾸고 싶은 유혹을 이기기 어려울 듯하네요. 그러다 보니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여성들이 화장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화장하는 옆 사람의 파우치 안을 슬쩍 들여다보면서 요즘 유행하는 화장품 정보를 얻기도 하고, 심지어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의 화장법을 보며 화장을 배웠다는 웃지 못할 글이 SNS에 올라오기도 합니다.

남성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여성들에게 화장은 하루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소셜 빅 데이터에 올라온 텍스트를 분석해 보면 하루에 화장을 무려 네 번 고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단 오전 10시에 화장을 고치고, 점심 먹고 나서 1시에 다시 고칩니다. 그리고 오후 4시 이후에는 퇴근을 준비하며 공들여 고칩니다. 여기까지는 남자인 저도 쉽게 알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화장을 고치는 시간이 밤 10시로 나타납니다. 밤 10시에 왜 화장을 고칠까요? 그 이유는 놀랍게도 '셀카(selfie)'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봐 주지 않는 그 밤중에 오직 셀카를 찍겠다는 일념으로 화장을 고친다는 겁니다.

누가 왜 밤중에 화장을 고치느냐고 물어보면 '셀카 찍으려고요'라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것은 물어보기도 어렵고 설사 묻는다 해도 잘 대답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 시간에 화장을 고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어볼 생각을 못할 뿐 아니라, 설사 묻는다 해도 민망해서 대답하지 않거나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기에 대답을 못하기 일쑤입니다. '밤 10시 셀카' 같은 것들은 부지불식간에 남긴 삶의 흔적들이 모인 빅 데이터로 그녀들의 삶을 관찰했으니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많은 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활용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방위적 설문을 하기도 하고, 몇몇 사람에게 깊게 묻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뭘 갖고 싶으세요?'라고 질문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걸 정확히 알 수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소비자들이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또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질문을 만들 때 묻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에서 소비자들에게'뭐 좋아하세요. 딸기랑 사과 중에 골라 보세요'라고 묻습니다. 소비자들이'나 배 좋아하는데요'라고 답한다면, '됐어요. 배는 빼고. 배는 안 팔 거야'라고 합니다. 은근슬쩍 정해 놓은 대답을 유도하는 거지요. 아니면 나온 데이터를 마사지해서 결과를 미묘하게 바꾸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데이터를 몽땅 폐기 처분하기도 합니다. 질문자의 상상을 넘어서는 대답을 얻어내야 하는데 대부분 자신의 가설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질문하는 대신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관찰하고, 관찰하고, 관찰할 때, 대답하는 사람 자신도 모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월요일에는 화장을 다른 요일보다 좀 더 일찍 합니다. 월요일 출근길엔 차가 막히니까 서두르는 것입니다. 금요일에는 오후 4시에 고치던 화장을 오후 5~7시에 고칩니다. '불타는 금요일'이니까요. 이처럼 화장에 대한 관심이 깨어나는 시간대가 요일마다 다르다면 화장품 광고도 요일마다 다른 시간대에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순리대로 가는 것이죠. 그들의 일상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고, 그때 필요한 것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이것을 순리(順理)라 부릅니다. 순리대로 사는 삶에는 거스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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