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이후.. 기혼자 만남 주선 사이트 등장

입력 2015. 3. 2. 03:05 수정 2015. 3. 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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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애슐리매디슨 표방.. 회원 모집에 2300여명 가입
성매매 알선 등 없으면 규제 못해

[동아일보]

"기혼자도 때론 외롭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 사흘 만인 1일 기혼자끼리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온라인 사이트가 이런 표어를 내걸고 등장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혼자들 간의 소개팅 사이트인 '기혼자닷컴'(사진)은 이달 25일 공식 서비스 시작에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e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5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무료로 주겠다며 회원들을 모으고 있다. 기혼자닷컴은 간통죄 폐지를 예견하고 지난해 4월 미리 홈페이지를 만들고 회원 신청을 받아왔는데 1일 현재 가입 신청자가 2300여 명에 이른다.

기혼자닷컴은 결혼했어도 가끔씩 외로워하는 기혼자들에게 온라인상에서 소통 공간을 제공해주는 서비스일 뿐 불륜이나 간통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부생활에서 오는 말 못할 고민과 갈등을 결혼 경험이 있는 다른 이성과 함께 나누면 더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프로필에 성적 취향을 기재하는 일이나 성관계를 전제로 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알몸 등 선정적인 사진은 사전에 걸러내겠다는 다짐도 내놓고 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이 사이트가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알몸 사진 등을 싣지 않는 한 규제할 근거는 마땅치 않다. 윤석민 기혼자닷컴 대표(48)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간통죄가 폐지된 이상 국가가 기혼자의 데이트 서비스를 규제할 수 없다"며 "나도 '돌싱'으로 기혼자와 독신으로 둘 다 살아봐 심정을 잘 안다. 외로움에는 기혼과 미혼의 구분이 없다"고 말했다.

기혼자닷컴은 한국판 애슐리매디슨을 표방한다. 애슐리매디슨은 2001년 '인생은 짧아요, 바람을 피우세요'라는 표어를 내걸고 캐나다에서 시작돼 36개국 2500만여 명의 회원을 둔 기혼자 소개팅 사이트다. 지난해 3월 한국에 처음 진출해 일주일 만에 회원 7만여 명을 모았지만 한 달도 채 못 가 자취를 감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일반인의 간통을 방조하거나 조장해 사회적 해악을 확산하고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크다"며 국내 접속을 차단한 것이다.

간통은 이제 범죄가 아니니 애슐리매디슨 사이트 접속을 허용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차단 조치 배경에는 애슐리매디슨이 간통이라는 범죄를 교사·방조한다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젠 교사·방조할 범죄가 없는 만큼 요청이 들어오면 차단 조치를 철회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손정혜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정보통신망법에 '성풍속 문란 행위'를 금지 항목으로 추가해 불륜 조장 사이트를 제재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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