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비서실장 구원투수 역할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허태열 김기춘 비서실장에 이어 장고(長考) 끝에 선택한 3대 청와대 비서실장은 결국 '이병기 카드'였다. 김 실장의 사의를 수용한 지 열흘, 실장 교체를 시사한 지 46일 만에 단행된 고심의 결과물이다.
◇박근혜정부 구원투수 역할?=이병기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집권 3년차를 맞아 침체된 국정동력 회복의 마지막 카드로 이 실장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서 주일대사로, 대선 댓글 개입의혹 등으로 위기에 빠졌던 국가정보원의 수장으로 투입된 바 있다.
이 실장에 대해선 그가 오랜 정치적 경륜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고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을 적임자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폭넓은 조언 및 국정 조율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이 실장 임명을 계기로 국정운영 기조에 변화를 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 실장은 외부 소통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박근혜정부의 거듭된 인사 실패, 불통의 진원지라는 비판을 받아온 전임 김 실장과는 상반된다는 평가다. 집권 3년차 들어 당정청 조율의 무게 추가 당 쪽으로 확연히 넘어간 만큼 카리스마와 저돌적인 추진력보다는 원만한 조율 및 조정자 역할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도 "부드러운 리더형의 신임 실장체제 출범 이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스란히 드러난 현 정부 인물난=박 대통령의 결단이 길어진 것은 그만큼 비서실장직에 걸맞은 인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 '수첩 인사'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 출범 2년간 주일대사, 국정원장을 지낸 그를 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결국 인물난이었다는 얘기다.
그동안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작업이 길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여러 설들이 나돌았다. 그동안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인물도 10명을 훌쩍 넘었다. 후보군은 친박 원로·중진이거나 경제통 또는 호남 출신 화합형 인사였다. 이 실장 이름은 잠깐 오르내렸지만 현직 정보기관 수장이고, 재임기간 역시 7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력하게 언급되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여러 정무적 조언을 듣기에 이 실장만한 인물이 없었던 탓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비서실장이 임명됐지만 계속된 인사 지연으로 박 대통령이 인적 쇄신의 타이밍을 놓쳐버렸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현 정부의 좁은 인사 풀과 측근인사 돌려막기는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김기춘 실장 24일 사표수리=청와대는 김기춘 실장 사표를 이미 지난 24일 수리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 취임 2주년(25일) 전에 자신의 사표를 수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설 연휴 전 김 실장에게 "육체적으로 힘들다"며 사의를 표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교체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윤회 문건' 파문과 연초 연말정산 논란 과정에서 청와대 홍보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우 신임 홍보수석이 박 대통령 중동 순방을 수행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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