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또 총기난사.. 80대 형 부부와 경찰관 살해

유명식 안아람 2015. 2. 2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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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왕래 끊겼던 7대 동생, 형이 택지 보상금 받아 부자되자

"돈 달라" 행패...폭행 등 전과 6범, 범행후 그 자리서 엽총으로 자살

유서엔 "내가 만든 완벽 범죄" 설득 나선 파출소장까지 변 당해

세종 총기 사건 이틀 만에 경기 화성에서도 엽총 살해사건이 발생, 80대 노부부와 출동한 경찰관 등 4명이 숨졌다. 이번엔 택지 보상으로 큰 돈을 모은 형과 재산문제로 다투던 동생이 저지른 참극이었다.

화성시 남양동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총성이 울린 건 27일 오전 9시 30분쯤. 전모(86)씨의 2층짜리 단독주택 1층에서 전씨의 동생(75)이 전씨와 형수 백모(84)씨 등 2명의 오른쪽 가슴에 사냥용 엽총 1발씩을 쏴 살해했다. 또 현장에 출동한 남양파출소 이강석(43ㆍ경감) 소장의 왼쪽 어깨부근에 1발을 발사, 숨지게 한 뒤 그 자리에서 자신의 가슴과 오른쪽 겨드랑이에 2발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인 동생 전씨는 범행 1시간여 전인 오전 8시 25분쯤 남양파출소에서 이탈리아제 엽총 1정을 찾았다. 출고 전 전씨는 "28일 수렵기간이 끝나니 애초 허가를 받은 원주경찰서 무기고에 입고시키겠다"며 찾아갔다.

총을 받아 든 전씨는 자신의 에쿠스 차량을 타고 파출소에서 1km가량 떨어진 형 집에 오전 8시 41분쯤 도착했다. 전씨는 집 앞에서 형수와 마주쳐 1시간 가까이 말다툼을 벌였고 형수가 집안으로 들어가자 총을 들고 뒤따라 들어가 형과 형수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집안에 함께 있었던 숨진 형 전씨의 며느리(53)는 2층에서 뛰어내려 허리를 다쳤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인근 주차장에서 펜스 작업을 했던 A씨는 "할머니 등이 집안으로 들어간 지 1,2분쯤 뒤 총성이 울렸고 며느리가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나와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신고 4분여 만인 오전 9시 38분쯤 이모(30) 순경과 함께 현장에 처음 도착한 이 소장은 평소 안면이 있는 피의자 전씨를 설득하기 위해 출입문을 열고 홀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처음엔 전씨의 위협 사격에 현관문 뒤로 한차례 물러선 이 소장은 전기충격기인 테이져건을 들고 재차 진입을 시도했다가 전씨의 총을 맞고 안쪽으로 쓰러져 숨졌다. 당시 이 소장은 방탄복이나 방검복을 착용하지 않았고 실탄이 든 권총도 없었다. 급박한 나머지 테이져건만을 소지하고 있던 이 순경과 출동한 탓이다.

경찰은 서울에서 머물다 지난 10일 형 집 인근으로 전입한 동생 전씨가 형과 재산문제로 다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는 폭행 등 전과 6범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은 "광산개발에 실패한 전씨가 술만 먹으면 집에 찾아와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웃주민들은 형 전씨가 상당한 재력가였다고 했다. 선친이 물려준 땅과 본인이 늘려왔던 땅이 2008년 남양 택지개발사업에 수용되면서 수십억 원의 보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인 B씨는 "오랫동안 왕래가 끊겼던 동생이 최근에 찾아와 돈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등 참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다 돈 때문이야, 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피의자 전씨의 차량에서 발견된 A4용지 5장과 수첩 크기 1장 분량의 유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적혀있었다. 유서에서는 '내가 만든 완벽한 범죄다. 눈치를 챈 사람도 없다'는 등 범행을 계획한 흔적도 보였다.

경찰은 전씨의 집안에서 범행에 쓰인 엽총 1정과 경고사격 1발 등을 포함한 탄피 7개를 수거했으며,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 소장의 빈소는 마도면 화성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부인과 고1, 중3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고인은 1996년 23살의 나이로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이 된 뒤엔 경찰청장 표창을 비롯해 무려 16번이나 표창을 받았을 정도로 모범적이었다. 전입한 후배를 위해 함께 방을 구하러 다닐 정도로 자상한 선배이기도 했다고 동료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도 그는 다른 후배 경찰관 대신 지리를 잘 아는 자신이 나가야 한다며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인에게 훈장 및 특진(경정)을 추서하고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인의 장례식은 다음달 1일 화성서부경찰서에서 경기청장장(葬)으로 치러진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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