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의 쌩얼] '살리에르' 정형돈, 건방진 뚱보에서 미존개오까지

정영식 입력 2015. 2. 5. 14:31 수정 2015. 2. 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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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정영식]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올해로 10년을 맞는다. 대한민국 평균 2% 이하를 자처하며 출발했던 '모자란 6명'은 이제 어느덧 예능을 망라한 모든 트렌드의 선두에서 개척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멤버들 중 유일하게, 자신은 '대한민국 평균'이라 부르짖는 정형돈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10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의 쌩얼, 그 중에서도 먼저 정형돈의 쌩얼을 일간스포츠가 낱낱이 파헤쳐 봤다.

정형돈은 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이재훈, 김인석과 '도레미트리오'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던 정형돈은 코미디언으로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버라이어티로(힐링캠프 63회)" 자리를 옮기게 된다. 2004년부터 '상상플러스'를 비롯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전전하던 정형돈은, 마침내 2005년에 그의 인생과도 같은 '무한도전(당시 토요일-무모한 도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렇다고 당장 정형돈의 예능 인생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토토즐'로 예능사에 한 획을 그었던 MBC 토요예능은 동시간대 KBS와 SBS에 밀려 급속하게 기우는 중이었다. 무한도전 또한 무모한 도전-무리한 도전-퀴즈의 달인 등 여러 가지 포맷을 실험하며 시청률 부진을 타개하려고 애를 썼다. 일요예능도 마찬가지였다. 같은해 정형돈이 투입된 '일밤' 또한 3개월도 채 못 가는 단발성 프로그램의 남발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기 바빴다.

상황이 이러하자 자연히 무한도전 내에서도 정형돈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의 산유국이었던 박명수와는 달리 정형돈은 '뚱보', '건방진 뚱보', '어색한 뚱보' 등 신체적인 면에서 파생된 별명들뿐이었다. 유재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웃음기를 쫙 뺀" 웃기는 것 빼고는 뭐든지 잘 하는 캐릭터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때부터 정형돈의 자아는 조금씩 흔들렸던 것 같다. 2007년 '인도 특집'에서 정형돈은 "수많은 모차르트들을 받쳐줄 수 있는 피아노가 되고 싶다"며 자신에게 살리에르 증후군이 있음을 고백했다. 무한도전이 몰고 온 리얼 버라이어티의 바람은 '캐릭터'로서의 정형돈을 보여줄 것인지, '한 사람의 인간' 정형돈을 보여줄 것인지 선택을 강요하게 만들었다.

2009년 '정신감정' 특집에서 정신과 전문의 송형석 원장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크다"며 정형돈의 심리상태를 지적한 바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 또한 '연말정산' 특집에 출연해 "'우결'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정형돈의 본모습이 아닐까"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면, '캐릭터'라는 외면의 모습과 '진심'이라는 내면의 모습을 일치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정형돈이 선택한 것은 '보여주기식 캐릭터'보다는 '진심'이었다. 많은 '우결' 커플들이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기식 캐릭터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우결'에서 적나라한 진상의 모습으로 욕 한바가지를 얻어먹었던 정형돈은 오히려 캐릭터를 바꾸기는커녕 대한민국 남자 99%라는, 즉 자신의 단점이었던 '평범'을 무기로 돌려세워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내기 시작했다. 항상 기복 없이 꾸준하면서도 가장 큰 발전을 이뤄낸 멤버라면, 정형돈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다.

그런 정형돈이 무한도전의 전면에 나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시작한 것은 공백 후 돌아온 하하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2010년이었다. '도전! 달력모델' 특집에서 놀라운 사진으로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던 정형돈은 '레슬링 특집'으로 메가톤급 원자폭탄을 터뜨려 정점을 찍었다.

'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의 준말인 '미존개오'로 변신한 정형돈은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며 2011년 조정 특집에서 콕스를 맡아 한 배에 탄 멤버들을 이끌었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며 "내가 봤어"를 울먹거리던 정형돈의 모습은, 박명수의 호통과 정준하의 덩치에 가로막혀 말 한마디 제대로 못 꺼내던 무한도전 초기의 모습에서 완벽히 탈피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프로레슬링을 아는 사람은 기술을 시전하는 것보다 받아주는 것이 더 어렵다고들 말한다. 정형돈은 그가 가진 살리에르 증후군을 마음껏 발휘해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화려한 액션도, 뛰어난 기술도,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어도 우리는 무한도전 10년사에 걸친 정형돈을 돌아보며 앞으로 10년 후의 정형돈에 많은 기대를 걸게 된다. 아시안컵 축구 중계방송이 있던 토요일 저녁 6시 30분에도 괜히 한 번 리모콘을 기웃거리게 만드는 무한도전의 힘, 그 기초엔 원년 멤버인 '살리에르' 정형돈이 있었다.

온라인팀 정영식 기자

[사진=MBC '무한도전'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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