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EU, 구제금융 재협상 충돌..파국 치닫나

2015. 1. 31. 2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썩은 조직 트로이카 거부"..유로그룹 의장 '귀엣말 경고' 그리스 총리·재무, EU 회원국 개별 접촉..2월12일 EU 정상회의 주목

그리스 "썩은 조직 트로이카 거부"…유로그룹 의장 '귀엣말 경고'

그리스 총리·재무, EU 회원국 개별 접촉…2월12일 EU 정상회의 주목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 새 정부가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 재협상을 강경하게 요구해 양측의 충돌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의 대표단을 "썩은 조직"으로 규정하고 채권단의 적법한 기구와 협상하겠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채무탕감을 요구하며 긴축 철폐를 공언한 그리스와 약속대로 빚을 갚으라고 압박하는 독일과 핀란드 등 주요 채권국이 현 구제금융 프로그램 시한인 2월28일까지 타협하지 못한다면 양측 모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는 파국이 불가피하다.

그리스가 2월 초부터 EU 회원국을 개별적으로 만나 재협상을 본격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2월12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절충점을 논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리자-EU 충돌 날로 격화…그리스 "썩은 조직 트로이카" 강공

지난 25일 총선에서 승리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집권해 현실과 부딪히면 선거공약 일부를 유보하고 채권단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오히려 공약 이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것 외에는 모든 정책이 반대인 독립그리스인당(ANEL)과 연립정부를 구성했고, 재협상을 주도할 재무장관에 구제금융 정책을 '재정 물고문'이라며 독일을 맹비난한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텍사스대 교수를 임명했다.

치프라스 정부는 선거 사흘 만에 개최한 내각 첫 회의에서 전 정부가 트로이카와 합의한 구제금융 이행조건인 긴축 정책들을 모두 뒤집어 재협상을 빠르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시리자와 EU 간 충돌은 30일 아테네를 방문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과 바루파키스 장관이 개최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기존 구제금융 협상을 파기하고 재협상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가 국민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2월 말에 끝나는 EU 측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연장을 거부했다. 양측이 재협상을 타결하거나 시한을 추가 연장하지 못한다면 그리스 은행들이 ECB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데이셀블룸 의장은 "일방적으로 정책과 약속을 무시하는 것은 앞으로 나갈 길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그리스 국채탕감을 논의할 국제 컨퍼런스를 열자는 바루파키스 장관의 제안에 "그런 컨퍼런스는 이미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것은 유로그룹"이라고 반박했다.

기자회견의 팽팽한 긴장은 바루파키스 장관의 마지막 발언으로 극에 달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우리는 유로존과 EU, IMF의 합법적 기구와 전적으로 협력할 것이지만 우리가 반(反) 유럽적으로 여기는 프로그램을 이행할 것을 목표로 하는 위원회와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트로이카 대표단을 "구조적으로 썩은 위원회"라고 비난했다. 일부 영문 언론은 이 표현을 '다 낡아서 조직된 위원회'라고도 해석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이 발언의 통역을 들으면서 표정이 굳어졌고 통역이 끝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바루파키스 장관과 악수를 하면서 귀엣말을 건넨 직후 손을 뿌리치고 회견장을 급히 빠져나갔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는 이 말이 "당신은 지금 트로이카를 죽였다" 또는 "당신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등의 경고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리스와 호주 이중국적인 바루파키스 장관은 이 귀엣말을 듣고서는 '와우(wow)'라고만 반응했다.

◇메르켈 "채무탕감 없을 것"…그리스 총리·재무, '각개격파' 나서

ECB 최대 지분국으로 그리스 구제금융을 주도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31일 독일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채무를 탕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미 민간 채권단의 자발적 채무탕감이 있었고, 은행들이 수십억 유로의 그리스 채무를 탕감해줬다"며 "새로운 채무탕감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과 핀란드, 네덜란드 등 주요 채권국은 그리스가 2010년부터 2차에 걸친 구제금융 협상에서 합의한 약속을 지키라고 계속 압박하고 있다.

다만,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내거나 최악의 가정인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가 발생하면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 전체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 독일이 수세에 몰린 양상이란 분석도 있다.

반면 치프라스 총리는 EU 정상들과 만나서 시리자가 준비한 종합 대책들을 설명하면 공정하고, 서로 이익이 되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음을 거듭 공언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제시한 정책 방향은 부패와 탈세 척결로 재정을 늘리고 긴축 대신 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시리자는 다음 달 6일 새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고 난 이후 구체적으로 세부 정책들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다음 달 2일 첫 외국 방문으로 그리스가 후견국인 키프로스를 택했으며 이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잇따라 정상회담을 열어 재협상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독일과 그리스 관리들은 최대 관심사인 메르켈 총리와의 회동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혀 2월12일 EU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할 가능성이 있다.

바루파키스 장관 역시 2월1일 프랑스를 시작으로 영국과 이탈리아를 각각 방문해 재무장관들을 상대로 새 정부의 재협상 계획을 설득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 위기 전문가인 메간 그린은 WSJ에 "누구도 그리스의 디폴트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라며 양측 모두 양보하는 타협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전날 최신호에서 그리스의 부채를 탕감해주되 긴축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전 IMF 유럽담당국장으로서 트로이카에 참여한 레자 모가담 모건스탠리 부회장은 지난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리스 채무를 절반으로 줄이고 유로존에 남도록 해야"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기존 구제금융 계획은 작년 국가채무가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75%로 증가하는 등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모가담 부회장은 시리자가 그리스의 개혁정책 부진을 극복해야 하듯이 유로존도 채무탕감과 관련한 금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 정부가 그리스의 금융 혼란을 막고자 200억 유로를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지만, 독일 관리들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justdust@yna.co.kr

한국, 아시안컵 준우승…차두리, 14년 정든 태극마크 반납
중국서 11세 소녀 불태워 살해한 용의자 붙잡혀
'크림빵 아빠' 뺑소니 피의자 구속…"유족에게 죄송"
"앤젤리나 졸리,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성 1위"
빅뱅, 중국 춘절 특집프로그램 출연… 국내 가수로 유일

▶ 뉴스를 보고, 여론이 궁금할 때 - 뉴스와 폴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