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급증 '독립보다 고립'.. 왜 혼자 사냐건 "웃프지요"

박주연 기자 입력 2015. 1. 30. 22:23 수정 2015. 1. 30. 22: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소득 30대 "결혼은 꿈 못 꿔"
40대 이혼남은 "주홍글씨 시선"
전문가 "개인 중심 대책 내놔야"

한윤희씨(35·여)는 경기 평택의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원룸에서 혼자 산다. 1999년 대학을 중퇴한 그는 이후 자동차·전자기기 부품조립공장 여러 곳을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다 지난해부터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대학을 마칠 수 없었던 것은 아버지가 폐암으로 앓아누웠기 때문이다.

공장에 다니던 시절 잔업·특근을 월 120시간씩 했지만 매달 손에 쥔 돈은 130만원 안팎. 한씨는 아버지의 수술비·치료비를 위해 동생과 함께 5000만원 은행대출도 받아야 했다. 그는 "지금도 월세와 대출금 상환, 부모 생활비 등을 제하고 나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월 1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칸막이 사이 '나홀로 식사'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 속속 생기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신촌의 한 일본라면 전문점에서 두 남녀가 각자 다른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이 식당은 옆 사람이 볼 수 없게 식탁마다 칸막이를 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출구가 안 보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요양보호사로 일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매주 평일 장기요양등급 노인의 자택 두 곳을 방문, 각각 4시간씩 일하면서 받는 총액은 월 120만원. 아픈 노인을 일으키고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일이라 허리와 어깨통증까지 생겼다. 그는 "삶이 워낙 팍팍해 결혼은 꿈도 못 꿨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경제적 이유로 결혼이 뒷전으로 밀린 비자발적 1인 가구인 것이다.

그는 "혼자 사는 삶은 아플 때 서럽지만 이제 익숙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공공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어 1인 가구에 공급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씨는 "내 형편에선 30만원의 월세도 부담스럽다"며 "밤늦게 퇴근할 때마다 행여 범죄피해를 당할까 두렵다"고 했다.

ㄱ증권사 부장인 유민석씨(47·가명)는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 시어머니와 갈등을 빚던 첫 아내와는 결혼 2년 만인 1998년 갈라섰다. 2004년 이혼 경험이 있는 여성과 새 출발을 했지만 성격차로 결국 2007년 헤어졌다. 두 번의 혼인생활에서 자녀는 없었다.

현재 서울 송파구 30평대 자기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그는 억대 연봉자다. 그는 "한국에서 두 번 이혼은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주홍글씨를 박는 것과 같다"며 "이 때문에 오랫동안 직장에 이혼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불과 30년 전인 1980년 4.8%였던 1인 가구는 2012년 25.3%를 기록한 뒤 전체 가구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율이 올해 27.1%를 찍은 후 2025년 31.3%, 2035년 34.3%를 점유할 것으로 추계했다. 지금의 20대가 40대가 되는 20년 후엔 세 집 중 한 집꼴로 1인 가구인 셈이다.

그러나 주거·복지·조세 등 한국의 제반 시스템은 여전히 다인 가구 중심이다. 1인 가구를 '비정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에도 큰 변화가 없다. 김영철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유교적 가치관과 초저출산 위기의식 탓에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처가 지속되고 있다"며 "싱글세 논란도 극히 일부 골드족을 1인 가구의 대표 유형으로 일반화한 오류의 산물로, 대다수 1인 가구는 경제적 약자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도 "혼자 사는 것은 이제 누구에게나 무관한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가족단위가 아닌 개개인을 보호하는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