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조된 만능세포 日 과학 신데렐라의 추락

한창만 2015. 1. 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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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월 일본 고베소재 이화학연구소 발생ㆍ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에 근무하는 30대 여성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주임이 약산성 용액에 담그기만 해도 신체의 여러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만능세포인 STAP(만능자극야기다능성획득)세포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도 실린 이 내용은 당시 생명과학의 상식을 뒤집었다는 찬사를 얻었고 만능세포 연구를 주도한 오보카타는 장래 노벨상 0순위로 거론되는 등 일약 과학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날조의 과학자-STAP세포사건'은 지난 해 STAP세포와 관련 발생한 일련의 과정을 추적해온 마이니치신문 과학담당기자 스다 모모코가 올해 초 펴낸 책이다. 출간과 동시에 재판에 들어갈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해 한편의 추리 소설을 읽는 긴박감을 주는데다 40여명의 관련 인물들과의 인터뷰, 이메일 내용 등 지면에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뒷이야기도 다수 게재하고 있다.

저자는 2006년부터 마이니치신문 과학환경부 기자로 근무했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의 iPS세포를 집중 취재해온 과학전문기자다. 숱한 과학 논문 관련 기자회견을 접한 그였지만 오보카타의 STAP세포 관련 기자회견은 초기부터 기존 과학논문 발표와는 다른 대단한 화제를 일으킬 것을 감지했다. 기자회견을 알리는 팩스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을 정도로 한동안 내용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논문 집필에 참가한 교수들도 한결같이 획기적인 발견이라고만 강조했다.

STAP세포의 존재가 알려진 직후 열린 기자회견장 분위기 역시 과거 경험하지 못한 열기를 느꼈고, 언론들도 오보카타의 귀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등 이례적인 회견이었다.

하지만 논문 발표 한달 여만에 오보카타가 제시한 STAT세포 논문에 화상 데이터가 부자연스럽다거나, 논문 내용 중 일부가 다른 문헌에서 그대로 베껴온 것이라는 의혹 등이 제기됐고, 오보카타 신화는 내리막길로 치닫기 시작했다.

오보카타는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 200 차례 이상 STAP세포 재현에 성공했다"며 세포의 존재를 주장했으나 이후 실험에서 입증에 실패했다. 이화학연구소는 "실험 단계에서 배아줄기(ES)세포가 혼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논문 날조를 정식으로 발표하고, 오보카타를 해임했다. 오보카타의 지도교수로 연구 논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던 사사이 요시키 부소장은 자살했고, 논문 공동저자로 참가한 와카야마 데루히코 야마나시대 교수는 "STAP세포가 정말 있는지 여부에 확신이 없어졌다"며 논문을 철회했다.

이 책은 논문 철회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화학연구소의 사후처리 미숙, 관료조직의 실체, 과학자의 자만심 등 일본 과학계에 내재하고 있는 치부를 폭로하고 있다. 조직 방어에 급급한 과학계, 국가의 이익을 시급하게 요구하는 과학행정 등이 어우러져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책의 출간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이화학연구소 전 연구자가 오보카타가 연구실에서 ES세포를 훔쳤다고 절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저자가 날조의 과학자라고 지명한 오보카타 본인의 해명도 거의 실려 있지 않다. "이대로 막을 내리면 과학저널리즘의 패배"라는 이 책의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향후 누가, 어떤 이유와 어떤 목적으로 날조를 주도했는지 비밀을 밝혀내는 것은 향후 일본 사회의 숙제로 남았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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