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성금, 모아만 놓고 어디에 쓸건가는 "글쎄요?"

하윤아 기자 2015. 1. 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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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하윤아 기자]

"제가 낸 세월호 성금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 거죠?"

경기도 안양에 살고 있는 50대 주부 최모 씨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안타까운 마음에 생활비를 아껴 성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낸 성금이 이미 사용이 됐는지, 아니면 사용될 예정인지, 사용된다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4월 16일 전국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 각지 국민들은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한푼 두푼 성금을 모았다. 그러나 최 씨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은 성금이 대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쓰일 것인지 전혀 알 길이 없어 답답한 마음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국민 성금 1200억여원은 현재 모금 단체에서 보관 중이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대한적십자사·전국재해구호협회 등 성금 모집 주요 단체 3곳은 현재 성금만 모아놓은 채 정작 사용처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들 단체는 성금을 모집한 주체이면서도 사용처 논의가 이루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정부의 보상 추이를 보고 결정할 사항이다', '세월호배보상특별법 통과 이후 정부부처나 국회로부터 아직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피해자들과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2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성금 기부하신 분들이 세월호 피해지원을 위해 쓰라고 했기 때문에 그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며 "유가족과도 협의할 수 있고 세월호배보상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배보상 심의위원회에서 배보상을 결정하면 그 추이에 따라 세부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월호배보상특별법 제6조 3항에 따르면 국가는 피해자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조성된 재원 즉 국민 성금을 포함해 위로지원금을 지급하고, 지급의 기준과 절차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국무총리 소속 배·보상 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법률상 규정된 위로지원금의 지급 논의와 관련, 공동모금회 측과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다.

공동모금회 측은 현재 곧 구성될 배보상 심의위원회에서 먼저 배보상 지급 기준을 제시해야 공동모금회 차원에서의 성금 배분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배보상특별법의 유권해석을 지닌 해양수산부 측은 공동모금회가 유족들에 대한 '위로지원금'에 어느 정도의 성금을 배분할 것인지 먼저 결정해야 배보상심의위가 지급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성금 모집을 완료하고 현재 1120억 가량을 보관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국민 성금의 90%가 모여있는 셈이다. 그러나 공동모금회는 성금 사용에 대해 심의할 별도의 배분위원회도 아직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그 구성 여부도 결정을 못한 상황이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dnfl는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어떠한 아웃라인(outline)도 갖고 있지 않다"며 "성금을 피해지원에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어떻게 쓸지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관계자 역시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성금 사용처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물질적 피해를 입은 일반 재난과 달리 심적 피해를 본 것이기 때문에 성금 사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모집금액의 99%는 저희 단체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들어온 성금"이라며 "지난해 6월경 이 3개 단체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정부부처 관계자가 모여 회합을 했을 때 3개 단체는 모집비용을 사용하지 않고 전액 피해자 가족 뜻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집행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당시 가족대책위 소속 대표 분들께서 '아직 실종자 가족들이 남아있으니 그분들 상황이 모두 정리된 다음에 이야기를 하는 게 맞겠다'고 하셨고 그 이후에는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았다"며 "추후에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세월호 참사 관련 피해자 가족들과 정부 협의를 통해 사용처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역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31일 모집을 완료했으며, 현재 총 성금 67억원을 보관 중이다. 이 중 지난해 4월 25일 행정자치부에 모집을 등록하고 모은 성금은 62억이며, 모집등록 전 지정기탁 성금으로 4억 9000만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29일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이야기를 했을 때 대표분들이 일반인 유가족 대표와 회의를 통해 성금 사용에 대한 안을 만들어서 우리 쪽에 주겠다고 말한 후 더 이상 진척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부적으로 성금 사용에 대한 검토는 계속 하고 있지만 이번 세월호배보상특별법도 나왔으니 주무부처에서 유권해석도 해줘야하고, 세월호 참사 관련한 피해자들의 의사도 존중해야하고, 기부자들의 의사도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튿날인 4월 17일부터 성금 모집을 시작한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이달 31일까지 성금을 완료할 예정이다. 모집 완료까지는 아직 이틀이 남았지만 29일 기준 현재 약 65억원의 성금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성금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뜻과 기부자의 기부 목적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들이 논의하는 것보다도 공동모금회 외 기관단체의 심의위원회가 어떤 용도로 쓰겠다고 결정하면 그 의사 따라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가족대책위 피해자 가족들이 이야기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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