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엔씨소프트 경영권분쟁, 3월 주주총회서 '승부수'

박영주 2015. 1. 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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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를 '형제의 난'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정주 넥슨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서울대 공대 선후배 관계로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다. 개인적 친분으로 두 사람은 2012년 6월 미국 게임회사 '일렉트로닉아츠'(EA)를 인수하기 위해 처음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당시 김택진 대표는 후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가 26만8000원의 주식을 25만원으로 할인해 넥슨에 지분을 매각했다. 이로써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14.68% 확보, 최대 주주가 됐다.

하지만 양사가 계획했던 EA 인수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고 함께 진행 중인 사업 또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두 사람 사이가 서서히 금이 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넥슨이 장내 매입을 통해 엔씨소프트의 지분 0.4%를 추가로 확보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넥슨은 '단순 투자'이라고 밝혔지만 3개월 만인 28일 '경영 참여'로 입장을 번복했다.

양사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경영권 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넥슨 "적대적 M&A 아냐" vs 엔씨소프트 "약속 지켰어야"

넥슨의 이번 공시는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 더는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시장에 무성했던 소문인 적대적 M&A가 구체화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넥슨은 우선 부인했다. 넥슨 관계자는 28일 "적대적 M&A가 목적이라고 하면 지분 매입을 더 하고 이사회를 소집하면 되는데 구지 주식보유 목적을 변경하고 공지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빨라지는 시장 변화에 맞춰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절차"라며 "여전히 엔씨소프트와 대화를 통해 해결, 협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단순 투자 목적'의 약속을 3개월 만에 어김으로써 신뢰가 깨졌다고 반발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넥슨이 최대 주주의 대우와 그에 해당하는 경영권을 부여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대화와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공시' 방법밖에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3월 엔씨소프트 주주총회가 변수

넥슨과 엔씨소프트 양사는 "대화를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겠다"며 맥락을 같이 했다.

그러면서도 넥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며 긴장감을 조성했으며, 엔씨소프트는 "적절한 대응"이라는 말로 적대감을 놓지 않았다.

대화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3월에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넥슨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교체하거나 사내이사 및 감사를 통해 엔씨소프트를 견제하는 방안으로 경영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택진 대표의 임기는 3월28일 만료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 및 비즈니스 철학 등 문화적인 측면이 많이 다르다"면서 "넥슨도 현실적으로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대표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택진 대표가 주주총회 전까지 추가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택진 대표는 현재 9.9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1대 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최소한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가능한 것으로 나온다.

넥슨에 매각한 주당 25만원보다 비싼 가격에 살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하지만 넥슨이 주식을 되팔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김택진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자사주 매각을 통한 우회지분 확보에 나서는 것. 현재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자사주는 8.93%를 우회지분으로 확보, 김택진 대표의 지분 9.98%와 합치면 18.91%로 넥슨이 보유한 지분 15.08%보다 많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양사 모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이사 선임 등 경영에 일부만 참여하고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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