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노총과 격의없는 대화.. 꽉 막힌 노·정협상 풀겠다"

세종 2015. 1. 2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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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정통 노동관료 출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의 신임 지도부 구성이 끝나면 직접 방문할 계획"이라며 민주노총과의 대화 의지를 강력 피력했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한상균 위원장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면서 "형식에 개의치 않고 비공식적으로도 격의 없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한 위원장을 만난다면 2013년 12월 철도파업 이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노·정 갈등을 해소할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통 노동관료인 이 장관은 해박한 지식으로 사안마다 거침없이 소신을 밝혔다. 비정규직 기간연장안이 노사정위 합의를 거쳐도 야당의 반대로 관련법 개정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2008년 기간연장을 추진할 때 정규직 전환지원금과 기간연장을 같이하면 효과가 높다고 여야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이번에는 이직수당까지 3중의 장치가 있기 때문에 노사정위에서 충분히 논의해 설계하면 여야 의원들도 따라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당시 기간연장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도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못해 자동으로 안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상황이어서 이 장관이 정면돌파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3월을 D데이로 잡고 노동시장 구조개혁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노사정위에 대해서는 "'3월까지 결론 낸다'는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노·사·정에 대한 국민의 실망으로 오는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줄 알았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들어간다고 법원이 어느 날 갑자기 선언한 것처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다 보니 사용주 입장에서는 모든 책임을 감내해야 하는 정규직이나 직접고용을 피하고 싶어 한다"면서 정규직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이 많아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통상임금 입법화와 일반해고 기준의 명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면 48개월을 채우고 버리는 거 아니냐는 논란이 많다.

"그분들은 2년마다 자리를 찾아 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보니 왜 기간을 정부가 규율해 힘들게 하느냐고 한다. 고용을 안정시키고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 2년의 불안정성을 4년으로 늘리겠다는 게 아니다. 정부가 그렇게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기업들은 4년으로 늘려달라는 요구가 별로 없다. 당사자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규직이고 크게 고민할 이유가 없는 분들이 기간을 연장하면 경영계에 유리하고, 기간을 줄이거나 사유를 제한하면 노동계에 유리하다는 10년 전 진영논리로 얘기하면 안 된다."

―낮은 비용 때문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정부대책이 실제 힘을 발휘할까.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쓰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징벌적 배상제도, 비교대상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복지를 해주는 것, 노동조합에 차별시정 신청권을 주는 것 등 비정규직 차별 장치가 우리나라만큼 강한 데가 없다. 이러한 격차 해소에 플러스 알파를 하는 것이다. 즉 3개월 이상만 되면 퇴직금을 주고, 기간을 연장 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을 때는 패널티 형식으로 이직수당을 주라는 것이다. 이런 제도들이 작동되면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게 줄어들 것이다."

―일반해고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면 해고가 쉬워지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일반해고 기준은 법에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일을 안 한다는 부분은 다툼이 매우 많다. 그래서 '정당한 사유'를 시대 흐름에 맞게 명확히 해주자는 것이다. 다른 자리를 주거나 임금을 깎는 등 절차를 다 갖추고도 길이 없다면 고용계약을 해지한다든지 절차를 명확히 해준다는 것이다. 법에 기준이 있기 때문에 법을 넘을 수는 없다. 비정규직 비중이 큰 이유가 정규직 시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해고기준도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개념이다. 노동계에도 절실하게 필요한 사항이다."

―통상임금 관련 입법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과거치에 대해서는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미래치에 대해서는 빨리 법으로 정해줘야 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빠지면 불리하다는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부분의 통상임금 논쟁이 대기업에서 벌어지고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는 더 커지게 된다. 가급적 빨리 제도를 정비해서 다툼도 없애고 격차도 줄여야 한다. 노사 모두 3월 안에 노사정위에서 결론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사측과 노측이 양보할 것은 무엇인가,

"조선업의 경우 세계 강국의 지위를 가져가느냐 마느냐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그런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 적자상황에서도 임금을 올려 달라는 등 과거에 집착한 교섭이 이뤄지는 것이 아쉽다. 경영계는 일자리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인건비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또 정부 정책 효과가 미진한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

―인건비 개념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이 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가 발전하고 있다. 상시적인 일자리는 가급적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데도 점장 정도만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전부 계약직이거나 학생 아르바이트다. 삶의 가치를 사랑, 우정, 성취와 같은 근원적 가치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돈, 직업과 같은 도구적 가치로 얘기하는데 직업, 일은 이미 근원적 가치에 가 있다. 그래서 경영자가 얼마나 이익을 남길까도 중요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일자리가 인생에서 소중한 근원적 가치라는 배려를 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

―일·가정 양립 제도가 많이 있지만 현장에서 잘 운영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인지.

"첫째는 다른 동료의 눈치를 보는 '눈치법' 때문이다. 둘째는 경영자 측에서 근로자를 보는 시각 때문이다. 20대의 젊은이가 회사에 들어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의 중요한 패턴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장관도 파트타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3년 내에 획기적으로 바뀔 제도의 틀은 만들어져 있다. 이제 눈치법을 없애고 기업주나 상사가 일 가정양립, 시간선택제는 필수고 아이 낳는 것이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인정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한 시선이 부드럽지 않다. 새로운 대책이 있는지.

"청년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듀 가지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일자리의 조건을 향상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가는 데 고민을 적게 해줘야 한다. 이게 일학습병행제,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교육훈련체계 개편이다. 지금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기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고 스펙 쌓기에 바쁘다. 채용을 능력 중심으로 바꾸면 교육과정은 바뀔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산업계가 직무능력과 수요를 정하고 이를 토대로 학교에서 가르친다. 이게 능력중심 사회의 핵심이다."

대담=한용걸 부국장 겸 사회부장, 정리=윤지희 기자, 사진=남정탁 기자

▲1957년 전남 함평 출생 ▲1981년 중앙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1981년 제25회 행정고시 합격 ▲2008년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2010년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 ▲2011년 고용노동부 차관 ▲2012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2014년 7월∼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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