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수출은 '빛 좋은 개살구'
한국이 2013년에 이어 2014년 연간 최대 수출치를 경신했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2년 연속 감소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 여파로 수출은 외형상 늘었지만 이를 원화로 바꿨을 때 손에 쥐는 돈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리 수출 경쟁력이 환율 하락의 부정적 여파를 상쇄할 만큼의 수준에 오르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5730억9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4% 늘었다. 이와 달리 원화 표시 수출액은 60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 줄었다. 앞서 2013년에도 달러 표시 수출액은 5596억3000만달러로 2012년보다 2.1% 증가했으나 원화로 바꾸면 612조7000억원으로 0.7% 감소했다.
이 기간 환율 하락으로 원화 표시 수출액이 줄면서 기업의 채산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달러당 1053.2원으로 전년보다 3.8% 하락했으며, 2013년에는 1095원으로 2.8% 내렸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수출 경쟁력의 약화를 근본원인으로 지적한다. 2000년부터 15년 동안 환율이 하락한 해는 11번이나 되지만, 그해 원화표시 수출액이 감소한 때는 2013년과 2014년이 유일했다. 이상호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기업들이 고환율 시기 벌어들인 이익과 혁신 노력으로 환율 하락을 상쇄할 수 있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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