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통제"..문화계 '우수문학도서' 선정기준 반발 확산

입력 2015. 1. 26. 19:10 수정 2015. 1. 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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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념 치우치지 않은 순수문학' 규정

작가회의·출판인회의 공동성명

"시대착오적 운영방침 철회" 요구

신은미씨 책 사태와 연관된 듯

문체부 "현재는 수정 가능성 없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우수도서(세종도서) 문학 분야 심사 기준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순수문학 작품"이라는 규정이 포함된 데 대한 문학·출판계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와 한국출판인회의(회장 윤철호)는 26일 공동성명을 내어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 문학 도서 잣대 속에는 국가 기관의 사상 통제와 검열이라는 구시대 발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며 "시대착오적 운영방침과 발상의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사상·표현의 자유 억압하고 출판 검열 획책하는 세종도서 운영방침을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을 단 성명에서 "문화부의 운영방침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인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작가들의 상상력을 미리 제한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저변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표적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와 역시 대표적 단행본 출판사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가 특정 사안에 대해 공동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작가회의는 도종환의원실과 함께 세종도서 운영방침에 대한 국회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세종도서 문학 분야 선정 기준의 문제점을 논의할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으며 일정과 형식 등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문단과 출판계에서는 이밖에도 원로 문인 기자회견, 주요 문학 출판사들의 우수도서 신청 거부, 문인들의 우수도서 선정 신청 및 심사 참여 거부 방안을 논의하는 등 세종도서 심사 규정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주 문제의 규정이 포함된 '2015년도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사업 추진방향'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문학 분야 도서 선정 기준은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순수문학 작품"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 우수문학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작품" "인문학 등 지식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로 되어 있다. '세종도서'로 불리는 우수도서는 문학 분야와 함께 학술과 교양 분야 등 세 부문으로 되어 있는데, '특정 이념' 여부를 심사 기준에 포함시킨 것은 문학 분야가 유일하다.

세종도서 문학 분야 심사 기준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2013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가 이른바 '종북 논란'에 휘말려 얼마 전 선정이 취소된 재미동포 작가 신은미씨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신씨의 북토크를 두고 '종북 콘서트' 운운하며 마녀사냥 식 여론 몰이를 한 수구 언론이 문학·예술 분야의 좌파 잠식을 과장하며 대책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우리 문단에서 순수-참여 논쟁이 가장 치열했던 것이 1960년대였으니 반세기 동안 잠들어 있던 망령이 되살아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격"이라며 "이른바 '순수문학'을 주장한 이들이 대체로 부패한 권력에 빌붙은 어용 문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학·출판계의 반발과 논란에 대해 김일환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해당 규정은 진보나 보수와는 관련 없이 역사를 왜곡하거나 사회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 작품을 걸러내기 위한 것"이라며 "세종도서 문학 분야 선정 사업이 하반기에 시행되는 만큼 추가로 논의하고 검토할 시간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히 규정을 수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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