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대한항공, 2조원 투자 '도루묵'

유다정 기자 입력 2015. 1. 26. 06:15 수정 2015. 1. 2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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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매입한 S-Oil 지분 손절매..배당·이자비용 따지면 1000억원도 못 남겨

[머니투데이 유다정 기자] [8년전 매입한 S-Oil 지분 손절매…배당·이자비용 따지면 1000억원도 못 남겨]

대한항공이 2조1600억원을 들여 8년간 고수했던 S-Oil 지분 투자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배당금 수익은 괜찮았지만 이자비용과 매각금액이 낮았던 탓이다. 기대했던 유류비 절감 효과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에너지는 지난 19일 S-Oil 보유지분 전량(3198만3586주, 28.4%)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회사 아람코에 매각했다. 처분금액은 1조9830억원으로 2007년 당시 매입금액인 2조1581억원보다 1751억원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한진에너지는 대한항공이 S-Oil 지분 투자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대한항공이 지분 96.59%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최대주주인 한국공항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대한항공이 한진에너지에 대해 100%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이 2007년에 한진에너지를 앞세워 S-Oil 지분을 매입할 때 증권업계의 시각은 곱지 않았다. 자금조달 비용이 너무 크고 의미 있는 유류비 절감 효과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증권업계의 우려는 현실화했다. 한진에너지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약 7000억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받았지만 자금조달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4267억원이 빠져나갔다. S-Oil 지분 매입 금액 중 1조500억원 가량이 차입금있다.배당금에서 이자를 제외한 실질적인 배당수익은 약 2729억원으로 줄어든다.

S-Oil의 주가 하락도 발목을 잡았다. 2007년에 S-Oil 지분을 취득할 당시 주당 매입가격은 6만7475원이었는데 지난해 아람코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주당 처분가격은 주당 6만2000원으로 하락했다. 한 때 15만원대에 육박했던 S-Oil 주가가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급락한 탓이다. 1751억원의 매매손실을 반영하면 대한항공의 8년간 투자 수익은 978억원으로 축소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조원이 넘는 돈을 8년간 투자해 얻은 소득치고는 실망스럽다"며 "최근 S-Oil 주가가 5만원대로 떨어졌는데 지난해 계약 체결 당시 가격대로 대금 지급이 이뤄진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람코는 지난해 8월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최근 계약가격 변동 없이 거래대금을 지급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S-Oil의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했을 때 매각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재무구조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일단 2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S-Oil 지분매각 대금 1조9830억원 중 1조500억원은 한진에너지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되고 나머지 9000억원은 한진에너지 감자 등의 과정을 거쳐 대한항공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를 전액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S-Oil 지분 매각대금과 최근 진행하고 있는 유상증자 대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경우 부채비율은 596%(K-IFRS 연결 기준)로 떨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50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3월 납입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유다정 기자 j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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