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집트혁명 4주년..장갑차·철조망에 봉쇄된 광장

2015. 1. 2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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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왜 막느냐" 분노 속 전국 곳곳서 반정부 시위..13명 사망 "혁명 또 필요해" 의견에 "관심 없다" 회의적 반응도

"광장 왜 막느냐" 분노 속 전국 곳곳서 반정부 시위…13명 사망

"혁명 또 필요해" 의견에 "관심 없다" 회의적 반응도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25일 오후(현지시간)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이집트 카이로 수도 도심의 타흐리르(해방) 광장.

타흐리르 광장과 직결된 사다트 전철역이 폐쇄돼 그 다음역인 나세르역에서 내려 도보로 10여 분을 걸어 도착한 이곳 주변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현대판 파라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몰아낸 시민혁명이 발발 한지 정확히 4년이 됐지만, 이곳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나 정부 지지 또는 반대 시위도 없었다.

타흐리르 광장은 전날부터 광장과 연결된 9곳의 모든 길목이 철조망과 장갑차에 가로막혀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는 새로운 큰 동상이 세워졌고 야자수 나무와 잔디가 심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집회나 시위를 일절 할 수 없게끔 정부가 공원으로 바꾼 것이라고 현지 주민은 말했다.

철조망 뒤 장갑차 위의 군인들은 기관총 총구를 시민이 지나가는 거리를 향한 채 경계를 서고 있었다. 장갑차 주변에는 무장한 군인과 무전기를 든 경찰관이 서성거렸다.

4년 전 시민혁명 당시 시위대와 군경이 격렬하게 충돌했던 광장 한쪽의 '무함마드 마흐무드'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이 거리 100여m 구간의 벽에는 군부를 비꼬거나 시민 혁명 도중 희생된 청년을 기리는 그림만 늘어서 있을 뿐 시위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타흐리르 광장으로 통하는 다른 골목도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나 철문에 막혔다.

광장 주변의 사다트 지하철 역사로 통하는 철문은 자물쇠로 굳게 채워져 있었다. 시내 중심의 이 역은 보안상 이유와 시위대 집결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1년 6개월째 폐쇄됐다.

이곳에서 만난 카이로 시민 타리크 이브라힘(55)은 "군인들이 이렇게 광장을 봉쇄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나서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국민을 두려워하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

그는 이어 "이집트는 또 다른 혁명이 필요하다"며 "지금의 광장은 '엘시시 광장'이다. 지금의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장 한쪽에서 프린트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헤니(27)는 "지금 체제로 이집트가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기는 어렵다"며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혁명이 완성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혁명 이후 치안은 불안하고 물가는 치솟았다. 장사도 어려웠다. 4년 전과 비교해 바뀐 것은 안 좋은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헤니와 함께 같은 가게에서 일한다는 무함마드(23)는 "이집트 정치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지도 않고 혁명에 대해 할 얘기도, 관심도 없다. 오히려 축구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집트 시민의 불안감도 엿보였다.

광장 주변에서 소규모 가전업체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일부 자영업자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기자를 본 한 보행자는 "비밀경찰이 광장에 온 외국 기자들을 감시할 지 모른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광장을 가로막은 장갑차로 접근해 사진을 찍으려 하자 "위험할 수 있다"며 이를 제지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카이로에서는 타흐리르 광장 뿐만 아니라 2013년 8월 반정부 시위대 수백명이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숨진 라바, 나흐드 광장도 원천 봉쇄됐다.

이런 가운데 카이로 동부 지역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이날 반정부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 최소 1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국영 매체가 보도했다.

카이로 동부 마타리야 지구에서 경찰과 이슬람 시위대가 격렬히 맞붙으면서 9명 이상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지중해 연안 알렉산드리아에서도 군경과 시위대 간 충돌로 시위자 1명이 사망했다.

나일 델타주의 베헤이라에선 용의자 2명이 고압송전탑에 설치하려던 폭탄이 터지면서 폭사하기도 했다.

대통령궁이 있는 카이로 북부 헬리오폴리스에서도 경찰을 겨냥한 폭발물이 터져 경찰관 2명이 부상했다.

시민혁명 4주년을 앞두고 알렉산드리아, 민야, 포트사이드 등 다른 도시에서도 군부 반대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이집트의 한 방송 기자는 "이집트 국민 개인마다 시민혁명의 개념과 의견이 각각 다르지만 엘시시 집권 아래 이집트가 민주주의를 이룩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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