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무성 대장은 '2PM'의 등장을 꺼려야만 할까요?

최대식 기자 2015. 1.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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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본인은 다소 싫어하지만, 그의 별명은 무대(무성 대장)입니다. 이완구 국무총리설이 한창 불거지던 지난해 10월쯤 '2PM' 이라는 이 총리 후보자의 별명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후보자의 성(姓)에서 따 온 '2'와 총리를 뜻하는 PM(Prime Minister)을 조합해 만든 말입니다. 준비된 총리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뜻일까요? 그는 24일 자신의 병역문제와 관련해 1976년에 찍어 40년 가까이 보관하고 있던 X-ray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 후보자가 사석에서 지금까지 받은 월급봉투를 모두 보관하고 있다고 말한 기억도 납니다.

이 후보자가 총리로 취임할 경우 지금보다는 원활한 당정, 당청 관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근혜 정부를 지탱하면서 당정청 관계를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빅3'를 꼽으라고 하면 새누리당 대표와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후보자 주변에서는 이들 '빅3'가 참여하는 고위 당정청이 정례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 나옵니다. 여기에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무수석이 참여하는 '9인 협의체'도 떠올려집니다. 이 후보자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김무성 대표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모두 친박계 의원이라는 점도 지금보다는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이 후보자를 두고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운이 따른다고 합니다만 아직 청문회도 통과하지 못한 이 후보자를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올리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보입니다. 그가 청문회를 통과한 다음 총리로서 박근혜 정부 앞에 놓인 공무원연금 개혁과 무상복지 및 증세 논쟁, 공직기강 확립 같은 현안들을 무난히 해결해야만 충청권 대망론을 등에 업고 '총리=대권주자의 무덤'이라는 공식을 깰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 이 후보자의 기용이 청와대와 다소 소원하지만, 새누리당 내 차기 주자 가운데는 가장 앞서 있는 김무성 대표에 대한 견제의 의미만 가지는 걸까요?

결론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박근혜 의원은 미래권력의 핵이었습니다. 한 주간지 조사에 의하면 대선이 있던 2012년에는 살아 있는 권력을 밀어내고 영향력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지금 김무성 대표를 당시 박근혜 의원과 견줄 수는 없습니다. 김 대표로서는 판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성과를 낼 경우 미래권력을 향한 집단적인 리더십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대와 나 홀로 싸우는 것보다는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과 힘을 합하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마라톤을 예로 들겠습니다. 10km 지점 이전부터 혼자 치고 나가 우승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일정 지점에서 선두그룹이 만들어진 다음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결정적인 시점에서 스퍼트를 해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애초 여의도에서는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적임자이긴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판을 키울 수 있다는 점, 선두그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총리로 쉽게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 위험이 있음에도,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몇 장 안 남은 카드를 불쑥 내밀었다는 것은 그만큼 청와대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봤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인사로 추락하는 지지율을 붙잡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소통방식, 리더십의 변화가 없는 한 총리의 깜짝 기용만으로 자유 낙하하는 지지율을 언제까지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최대식 기자 dscho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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