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미생의 비애'..망년회 2차, 산재 불인정

입력 2014. 12. 23. 11:12 수정 2014. 12. 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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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연말 송년회에서 마음 맞는 선배와 2차로 라면가게에 들렀다가 귀가 도중 변을 당했다면 이는 산업재해에 해당할까.

일본에서 "망년회(송년회) 2차는 산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와 추운 겨울 '직장인의 비애'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산재 인정과 관련한 선긋기는 일에 대한 열정과는 관계없이 가차없다"며 A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진설명: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게재한 A씨의 사연을 담은 삽화. 첫번째 그림의 가운데 '간사(幹事)'라는 표식을 어깨에 달고 있는 사람이 A씨로 묘사됐다. 공식 망년회까지가 업무(業務)이고, 두번째 그림 라면가게에서 선배와 담소를 나눈 것은 업무외(業務外)라고 쓰여 있다.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회사원 A씨(당시 40)는 몇 해 전 12월 어느 날,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교외의 한 전철역 선로에 떨어져 마주오는 열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연말 망년회 이후 귀가하는 도중이었다.

A씨는 당일 무척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전날에는 거래처 현장에서 철야 근무를 했고 당일 업무가 시작되기 전 회사 회의실에서 2시간 반 쪽잠을 잤다.

오후에는 산업협회 회의에 참가한 뒤 회사 선배와 함께 협회 지인 8명이 포함된 망년회에 참석했다. 동종업계에 몸담고 있는 지인들과 내년 경기에 대해 얘기하고 올해 실패 사례 등 담소를 나눴다. A씨는 미리 준비해간 신상품 팜플릿을 거래처에 은근슬쩍 내보이며 새제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A씨는 이 모임의 간사 역을 맡고 있어 주문과 술접대 등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이날 망년회는 회사 상사의 허가를 받고 접대비도 지급 받은 공식 행사였다.

밤 10시30분 경 망년회가 끝나고 회사 선배와 둘이 남은 A씨는 날씨가 춥고 출출한 마음에 라면가게에 들러 레몬사와(레몬증류주)와 안주를 시켰다. 30분 간 선배와 내년 전시회와 관련한 의견을 나누고 인근 역 개찰구에서 헤어졌다. 1시간 뒤 A씨는 집으로 가는 중간역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차는 사적인 자리"=A씨의 유족은 산재보험 급부를 신청했지만 노동기준감독서는 유족에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재판의 쟁점은 망년회 2차 음식이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국가 측은 "송년회 폐회까지가 업무에 해당하고 그 이후 2차는 사적인 식사였다"고 주장했다.

지방 법원은 A씨가 미리 송년회 참석에 대해 상사의 허가를 받고 지원금을 받은 점에서 착안해 "2차로 우연히 들른 라면 가게는 사전에 허가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라면가게 음식은 회사가 사전 통지받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지휘 감독 하에 있지 않은 사적인 음식"이라고 판단했다.

이밖에 A씨가 사망한 역이 집근처역이나 환승역이 아닌 것도 문제가 됐다. 일본 산재 보험법 7조에는 "근로자가 업무에 종사하기 위해 가정과 직장의 합리적인 경로로 통근 도중" 사망한 경우 산재대상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집근처역이나 환승역이 아닌 중간역에서 추락했기 때문에 "사고는 통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유족 측은 "A씨가 망년회 간사였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지 못하고 1시간 걸리는 귀가시간을 감안해 라면 가게에 들러 식사를 하려고 한 것이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안주를 거의 손에 대지 않았기 때문에 2차의 목표는 식사가 아니라 선배와의 간담회였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지만 "망년회 폐회까지가 업무"라는 기존 판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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