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말 못해"..모든 잘못 짊어지는 승무원들

김지아 2014. 12. 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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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승무원들은 갑 노릇을 하는 고객보다 이를 방관하거나 문제제기조차 못하게 하는 회사 때문에 더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승객들의 잘못마저 승무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겁니다. 승무원들은 여러 횡포에 가장 취약했습니다.

김지아 기자가 승무원들의 속내를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승무원 A씨는 18년간 국내 항공사에서 일했지만 승객들에게 받는 상처는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현직 국내 항공사 승무원 : 모 그룹 사장단이 탔을 때는 (승무원들과) 얘기를 하는데 차마 여자로서 듣기 민망한 음담패설(을 하시더라고요.)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하시는 거죠.]

승객은 왕이다,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해도 거부해선 안 된다고 교육 받아왔습니다.

[저희는 절대 승객한테 '노(no)'라고 할 수 없게 교육을 받아요.]

설령 승객이 잘못하더라도 책임은 승무원이 져야 하는 구조입니다.

[어떤 승객이 와인병을 집어던진 분이 있었어요, 그분이 왜 술을 마시도록 승무원들이 내버려뒀느냐.]

승무원 B씨는 감정노동에 시달리다 결국 8년간 다니던 항공사를 그만뒀습니다.

진상 승객보다 야속한 건 회사였습니다.

[전직 국내 항공사 승무원 : "뭐가 됐든 (승객에게) 불만만 나오지 않게 하라"고 했어요. 뭔가 생기면 휴일에 엄청 불려 나가고. (불만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워버리니까요.]

고객 불만이 들어오면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징계로 재교육까지 받아야 합니다.

[현직 승무원 :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그 승무원을 찾아낼 때까지 계속 색출하죠. 회사에서는 방어를 해주거나 변호는 없고 그 사람을 찾아내서 '인민재판'을 하죠.]

국제항공운송협회는 기내에서 폭언이나 난동을 부리는 '진상승객'에게 경고카드를 보여주고 신체적 저지까지 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국내 항공사에서 기내 불법 행위를 경찰에 인계한 사례는 5건 중 1건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마저도 4명 중 3명은 훈방조치 됐습니다.

불법 행위를 한 승객에 대해서는 '탑승 거절'도 가능하지만 실제로 한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비행기내 진상승객 문제가 심해지면서 국토부는 지난 9월부터 승무원들에게 승객에 동의를 구한 후 '녹화나 녹음'을 하라고 권했습니다.

하지만 난동을 부리는 승객 앞에서 "잠시만 촬영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촬영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승무원들이 바라는 건 단지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는 것뿐입니다.

[현직 국내 항공사 승무원 :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거고,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해줬으면 해요. 저는 제 일이 너무 좋거든요. (그런데) 그 일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에서 책임져 주지 않는 거에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껴요. 직원만 징계를 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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