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 주는 웨딩홀 알바.. 남긴 음식 몰래 주워 먹어"

입력 2014. 12. 22. 17:35 수정 2014. 12. 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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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알바신고센터 "웨딩홀 청소년알바 노동법 위반 심각"

[오마이뉴스 장호영 기자]

알바신고센터는 인천지역 연회장과 웨딩홀의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노동법 위반 사례를 모으고 있다.

ⓒ freeimages

"아침 8시에 청소년 30~40명이 웨딩홀 인근 지하철역에서 모이면, 용역업체 직원이 나와 출석 체크를 한 뒤 웨딩홀로 향한다. 웨딩홀 도착 후 '옷을 갈아입고 8시 45분까지 밥을 먹으라'한다. 그리고 나선 저녁 5~6시까지 밥을 주지 않는다. 중간에 배가 너무 고파 관리자 눈치를 보면서 손님들이 남긴 음식을 몰래 주워 먹는다. 창피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배고픔을 없애려면 어쩔 수 없다."

"저녁 5~6시에 먹을 것을 주기는 하지만, 맛이 너무 없어 물에 밥을 말아 대충 먹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떨 때는 달랑 김밥 한 줄 줄 때도 있다. 늦게 끝날 때는 밤 9시까지, 12시간이 넘게 일한 적도 있는데, 일이 힘든 것도 있지만 배고픔을 참는 게 제일 힘들다. 점심식사를 준 것도 아니고 점심식사 시간을 준 것도 아닌데, 용역업체는 점심시간을 공제한다며 1시간 시급을 제하고 일당을 줬다. 우리는 잘 몰라서 그게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점심식사도 안 주고 점심시간 1시간 시급을 공제한 것이 불법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억울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 그 대가를 받는 것인데, 관리자나 직원들이 청소년이라고 무시하고 욕 하는 등, 함부로 대했다. 일하는 게 맘에 안 들면 직원들이 뒤통수를 때리기도 하고, 손님들은 큰 잘못도 없는데 화를 내면서 뺨을 때리기도 했다.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는 등 성희롱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무거운 짐을 드는 일을 하다가 기계에 부딪혀 심하게 다쳐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더니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관리자는 아프다고 해도 조퇴만 시켜주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최근까지 웨딩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인천지역 청소년들의 증언이다. 이들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설치한 알바신고센터(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운영)가 인천지역 중·고등학교를 돌며 진행한 청소년 노동 상담 과정에서 자신들이 웨딩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인천지역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들은 인천에 위치한 웨딩홀·컨벤션 관련 용역업체에서 서울의 한 웨딩홀을 소개 받아 주말마다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이들 중 2명은 상담 후인 지난 11월 알바신고센터와 함께 중부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점심식사도 안 주고 점심시간 시급 공제... 눈물 났다"

이들이 제출한 진정서를 보면, 이들과 알바신고센터는 용역업체와 웨딩홀이 노동법 조합 예닐곱 가지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용역업체나 웨딩홀 어느 쪽도 법으로 정해놓은 근로계약서 작성을 한 적이 없고,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부모 동의서를 반드시 받게 돼 있지만 이 또한 받지 않았다.

18세 미만 연소근로자의 경우 법정 근로시간이 7시간으로 한정돼 있지만, 최소 10~12시간을 근무하게 했다. 실제 휴게시간은 저녁 식사시간인 15분만 제공하는 등 휴게시간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점심시간과 점심식사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점심시간 1시간 시급을 빼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법정 근로시간 7시간을 넘긴 시간에 대한 추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주간 15시간 이상 근무 시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 또한 지급하지 않았다.

이 청소년들은 오전 8시 45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일한 날 임금 6만 2338원을 받았고, 오후 7시까지 일한 날은 4만 8678원을 받았다. 최저임금을 적용하더라도 오후 9시 30분까지 일한 날은 7만 9452원을 받아야 했고, 오후 7시까지 일한 날은 5만 9915원을 받아야 했다는 것이 알바신고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2명뿐 아니라 함께 일한 6명도 12월 중순 진정서를 작성했다. 이들도 조만간 같은 내용으로 중부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로사 알바신고센터 상담원은 "청소년들이 용돈이나 생활비를 벌려고 노동한 것인데, 점심식사도 제공하지 않고 8시간 넘게 일을 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청소년들이 배가 고파 손님이 남긴 음식을 몰래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식을 가진 엄마로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이 노동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법을 어기며 부려먹는 사업주는 관련법에 따라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학교에서도 노동인권 관련 교육을 잘 진행해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게 노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청, 진정서 제출해도 조사 제대로 안 해"

중부고용노동청이 운영하는 알바신고센터를 거쳐 진정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진정서를 접수한 중부고용노동청이 해당 웨딩홀 관할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조사를 넘겼지만,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사 상담원은 "서울남부지청에서 지난 12월 4일 웨딩홀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아는데, 아직 과태료 한 번 물리지 않았다"며 "지난 8월부터 업체가 기간제·단시간 노동자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항목별로 50만 원씩 즉시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돼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부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진정서를 낸 청소년들이나 상담원에게 전화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웨딩홀 관계자가 진정서를 낸 청소년들에게 '당장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거나 '취하서를 써야 임금을 준다'는 식으로 대응한다"면서 "노동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도 '조사하겠다'는 말만 한다. 노동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청의 이재호 근로감독관은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수사 중인 사안은 말할 수 없다"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앞서 서울고용노동청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청소년 고용사업장에 대한 기획 감독 결과, 연회장이나 웨딩홀 고용업주의 노동법 위반이 많다"며 "내년에도 청소년 근로조건 보호를 중점사업으로 선정해 지도·감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고용노동청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서울지역 연회장과 웨딩홀 업체 138개소를 감독한 결과, 101개소가 법률 위반으로 적발됐고 이중 51개소가 628명에게 총1억 4833만 3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서울고용노동청은 '기간제·단시간 근로자와 근로조건 서면 명시(근로계약서 작성)' 위반 업체 18개소에 과태료 총3620만 원을 즉시 부과했으며, 연소근로자 야간 또는 휴일 근로 위반 등은 시정을 지시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사법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에도 청소년 근로조건 보호를 중점사업으로 선정해 서면근로계약 위반, 임금 미지급 등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법 위반사항을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사 상담원은 "보도자료까지 내서 청소년 고용사업장의 법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하겠다고 해놓고, 노동청에서 운영하는 알바신고센터를 통해 접수한 진정서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알바신고센터가 정상화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용노동청 정수미 근로감독관은 "기획 감독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것과 진정이 제기돼 조사를 하는 개별사안은 서로 달라 뭐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이번 기획 감독으로 적발한 업체들은 현재 시정 처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한편, 알바신고센터는 인천지역 연회장과 웨딩홀의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노동법 위반 사례를 모으고 있으며, 해당 사례들을 바탕으로 중부노동고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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