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실행에 옮길까

2014. 12. 2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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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테러' 법률해석 논란..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 북한과의 관계 사실상 '단절' 의미..6자회담 재개도 난망

'사이버테러' 법률해석 논란…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

북한과의 관계 사실상 '단절' 의미…6자회담 재개도 난망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에 따른 후속대응으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공식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오를지 주목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북한에 대한 다양한 '응징' 옵션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사이버 테러'의 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되는데다가, 정치·외교적 부담이 뒤따를 수 있어 실제로 재지정 결정을 내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보복 '상징성'…실효성은 별로 없어 = 미국 국무부가 테러지원국 명단을 작성한 것은 1979년부터다.

그해 제정된 수출관리법 6항을 준거법으로 무기수출통제법(1976년) 40항과 외국원조법(1961년) 620항을 적용해 테러 활동과 관련된 국가들을 '블랙리스트'(제재대상 리스트)에 올린 것이다.

처음 명단에 오른 국가는 리비아, 이라크, 남예멘, 시리아 4개국이었으나 시리아를 제외한 나머지는 미국과 타협을 거쳐 모두 빠졌다. 이후 쿠바(1982년)와 이란(1984년), 수단(1993년)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 4개국이 명단에 남아있다.

북한은 1987년 11월 김현희가 연루된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으나, 20년 만인 2008년 10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의해 삭제됐다.

국무부가 밝힌 테러지원국 지정 요건은 ▲테러조직에 대한 기획·훈련·수송·물질 지원 ▲직·간접적 금융 지원 ▲테러조직의 활동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다른 형태의 협력이다.

1989년 작성된 하원 외교위원회 보고서는 테러지원국 지정 요건을 ▲영토를 테러조직의 피난처로 제공 ▲테러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치명적 물질의 제공 ▲수송 지원 ▲안식처 또는 본부 제공 ▲테러행위 기획·지휘·훈련·지원 ▲테러활동에 대한 직·간접적 금융지원 ▲외교적 시설 제공 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나 사례를 의미하는지는 적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무장관이 이 같은 요건이 충족하는지에 대한 검토절차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요건이 충족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역, 투자, 원조 면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중용도 기술과 무기 판매와 관련한 수출통제를 받고 정상교역국 지정과 특혜관세제도, 투자관련 세금부과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식량·의료·에너지 원조가 금지되고 미국과 교역에 따른 금융지원이 제한된다.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로부터의 지원이나 신용공여도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미 북한은 유엔과 다자, 양자 차원에서 광범위하고 강도 높은 제재를 받는데다가, 미국과의 수출규모 자체가 미미하고 미국 정부 차원의 원조도 받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나 해제는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이 크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이버 테러' 법률해석 논란 =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데서 논란이 되는 대목은 '테러'라는 용어의 개념이다.

현재 미국 연방법 22편 38장에 따르면 테러는 ▲사전에 계획되고 정치적 동기가 작용한 폭력행위이자 ▲준국가 단체 또는 비밀 요원들이 비무장 목표물을 향해 가하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같은법 18편은 국제테러의 개념을 미국 형사법에 위배해 인명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대테러센터(NCTC)는 테러 행위를 연방법 규정에 더해 정치적 동기 또는 종교적·철학적 ·문화적인 잠재적 동기가 작용하는 폭력적인 행위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 키워드는 `물리적 폭력'이 수반되고 `인명에 대한 위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소니 해킹과 같은 사이버 테러가 경제적 손상은 일으켰지만, 물리적 폭력이나 인명에 대한 위해를 초래하지 않은 점이다.

따라서 과거에 미처 상정하지 못했던 사이버 테러를 기존 테러의 개념에 포함할지가 앞으로 국무부가 진행할 법률 검토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에서 "사이버 테러도 테러 행위의 범주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요인이 좌우…"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가 단순한 법률 검토 차원을 넘어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 해당한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2008년 10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한 것 자체가 자의적인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얘기다.

사실 북한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요청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당시로써는 북한이 주목할만한 테러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7년 2·13 합의가 체결될 이후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핵프로그램 신고와 연계시키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북핵 협상에서 외교적 성과를 거둬보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이후 2010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때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구가 제기됐으나 북한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보려는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의 개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재지정시 북한과의 '관계단절'…6자회담 재개도 차질 = 이번에도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법률적 측면보다는 정치·외교적 고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응징'의 메시지를 줄 수는 있으나 실효적 제재 효과가 별로 없는데다 추후 외교적으로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북·미 사이에 대화의 가능성이 차단되면서 사실상 '관계 단절'의 효과를 가져올 우려가 많다. 물밑 교섭 움직임이 전개돼온 북핵 6자회담도 중대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 김정은 정권이 태도를 바꾸기보다는 북한 내부의 강경파 입지를 키워 도발이나 물리적 충돌 위기를 고조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내외적인 파장을 두루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단기간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국무부를 중심으로 상당기간 검토 작업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한국이나 한반도 상황 안정과 6자회담 조기 재개를 강조하는 중국 등 주변국과의 조율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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