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석 탄식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

2014. 12.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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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 심판정 안팎 표정

"1987년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헌재가…"

보수단체 회원들은 "대한민국 만세"

"박한철, 이정미,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19일 오전 10시35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박한철 헌재 소장이 통합진보당 해산 쪽에 선 재판관들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했다. 6명 이상이면 해산이 결정된다.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해산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이 5명을 넘어 무려 8명에 이르자 방청석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오병윤·이상규·김재연 의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박 소장이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고 소속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마지막 주문을 읽는 순간, 방청석에 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가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입니다.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박 소장이 순간 말을 더듬었다. 방청석 여기저기서 "8 대 1이 뭐야?" "여기가 헌법재판소야? 정신병자들…", "박근혜 시녀" 같은 격한 말들이 쏟아졌다.

같은 시각 헌재 근처 현대그룹 계동 사옥 맞은편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되는 헌재 결정을 지켜보던 통합진보당 당원 400여명은 고개를 떨궜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헌재도 권력의 시녀였다." 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거나 목이 잠겼다. 헌재 결정 뒤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집회를 찾은 이정희 대표는 "헌재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고 말았다. 암흑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이날 아침부터 헌재 근처 안국역 주변 인도와 도로 일부를 점거한 채 '통합진보당 해산'을 외치던 보수·극우단체 회원 500여명은 해산 결정 소식에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이들은 헌재 앞으로 이동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통합진보당 당원들과 보수·극우단체 회원들 사이의 충돌 등에 대비해 16개 중대 1200여명의 병력을 헌재 주변에 배치했다.

헌재 결정에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은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참여연대는 "민주적 기본질서와 헌법정신을 부정한 헌법재판소라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가장해 야당 정치인들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했다. 반면 보수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헌법 수호기관의 엄중하고 실효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이나 주요 역 대합실 텔레비전으로 헌재 결정을 지켜본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최대훈(55)씨는 "국민이 뽑지 않은 헌재가 (일부) 국민이 지지하는 정당을 해체했다. 그 정당을 지지하고 표를 줬던 국민들까지 위헌적 국민이냐"고 비판했다. 대학원생 김지호(32)씨는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정당을 해산시킬 수 있나. 앞으로 어떤 정당도 정부와 헌재에 의해 해체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학생 신주연(24)씨는 "의회에 진출한 정당이 반국가적 생각을 갖고 있다면 국가 안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이 이미 통합진보당에 내린 정치적 사망선고를 헌재가 재차 확인한 것일 뿐"이라며 헌재 결정을 반겼다.

박기용 김선식 김규남 오승훈 이재욱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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