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편의 '연금포털'도 못 만드는 나라, 복지부=복지부동?
[머니투데이 김진형기자][가입한 모든 연금 한눈에 보여주겠다던 '연금포털' 구축사업 기약 없어, 복지부 "국민연금 정보 못준다"]
한눈에 본인의 공적·사적 연금 적립현황을 보여주겠다는 정부의 '연금포털' 구축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금융당국에 국민연금 데이터베이스를 내놓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탓이다. 국민들의 효과적 노후설계를 위한 정책이 부처 이기주의와 칸막이에 발목 잡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당초 올해 말까지 연금포털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연기했다.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국민연금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연금포털은 신청자에게 본인이 가입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기타 사적연금의 적립현황과 향후 예상 연금금액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노후 준비 상황을 스스로 파악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에 서버를 두고 은행연합회, 보험개발원 등에서 취합한 사적 연금 정보와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국민연금, 퇴직연금 정보를 각각 제공받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을 이유로 정보 제공을 거절하고 있다. 2000만명에 달하는 국민연금 가입자 정보를 함부로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국민연금의 예상연금액 등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돼 있으니 이를 활용해 원하는 사람이 각자 계산토록 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국민연금 정보가 빠지면 국민 편의 제공이라는 기본 취지가 무너진다고 본다. 사적연금과 퇴직연금은 연금포털에서 확인하고 국민연금은 다른데서 계산해야 한다면 포털을 새로 만드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복지부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본다. 우선 연금포털은 연금정보 DB 전체를 통째로 받아서 서버에 저장해놓고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신청자에 한해서만 그때그때 개별 정보를 받아 열람토록 하는 방식이다. 신청하지 않은 사람의 연금정보는 연금포털로 아예 넘어가지 않는다. 물론 제공된 정보도 공인인증서 등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볼 수 있다.
또 제공되는 정보는 모두 암호화되고 기관 간 시스템 연계도 모두 전용선을 사용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가로 제기되는 시스템이나 보안문제가 있으면 다 반영해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금포털은 구체화된 게 아직 없다"며 "사적연금 정보를 취합해 만드는 포털에 국민연금 정보를 가져가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논의는 계속하겠지만 현재로서 국민연금 정보를 제공할 계획은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거창한 시장 활성화 대책은 고사하고 연금포털 하나 못 만드는 게 현 정부의 부처협업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각 부처의 입장과 부담감은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나 자신의 영역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김진형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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