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흥행에 할머니 피신.. 님들아, 제발 그 집 찾아가지 마오

박상은 기자 2014. 12. 1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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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연말 극장가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제작진이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영된 저예산 독립영화 중 가장 빨리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최고 흥행기록까지 예상되는데 무슨 일일까요?

'님아…'는 76년간 부부로 살아온 강계열 할머니와 조병만 할아버지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님아…'의 누적관객수는 135만6550명입니다. 개봉 1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건 물론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신들의 왕들' 같은 할리우드 대작을 큰 격차로 따돌리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님아…' 제작진은 "영화가 유명해질수록 걱정되는 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주인공인 강 할머니와 가족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었습니다.

강 할머니는 남편을 떠나보낸 후 같이 살자는 자녀들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평생의 연인과 함께 살았던 집에서 남은 생을 보내려 했던 거죠. 그런데 강 할머니는 얼마 전 자녀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한 언론사의 전화를 받고 울먹이며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제작진은 "할머니는 몇 년 전 TV에 소개된 뒤 수시로 찾아오는 취재진을 비롯한 방문객에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강 할머니와 가족들은 아직 상중(喪中)"이라며 "직접적인 취재나 방문요청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워낭소리'(2009)를 떠올렸습니다. 평생 농부로 살아온 최원균 할아버지와 마흔 살 소의 우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누적관객수 296만2897명을 기록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습니다. 영화가 촬영된 경북 봉화군 상운면 하눌2리 산정마을에는 7000㎡ 규모의 '워낭소리 공원'도 조성됐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주목받을수록 최 할아버지 가족의 불편은 커졌습니다. 무턱대고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과 수없이 걸려오는 협박·장난 전화로 고통을 받았죠. 영화를 연출한 이충렬 감독은 지난해 최 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듣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시던 분의 삶에 제가 들어갔고, 좋든 나쁘든 할아버지의 삶의 영향을 끼쳤다. 안타깝고 애통하고 죄스럽다"고 애도했습니다.

우리에게 감동을 전한 누군가의 일상이 바로 그 관심 때문에 파괴된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카메라가 담담히 그들의 모습을 담았듯 한 걸음 떨어져 그들의 행복을 빌었으면 좋겠습니다. '님아…' 같은 아름다운 작품이 계속 탄생하길 바라면서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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