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승진시험' 예고.. 책 잡은 경찰, 손 놓은 치안?

김대종기자 2014. 11. 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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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제도 현장중심 개선.. 필기시험 변별력 최소화

내년 1월 '쉬운 승진 시험'을 앞두고 일선 경찰관 사이 '열공'(열심히 공부하는 것) 바람이 불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관의 과도한 승진 시험 공부 열기가 자칫 치안 공백을 만들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서울 A경찰서 소속 박모(34) 경장은 요즘 민원인 방문이 적은 오전 시간에 회의실 한쪽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다. 내년 1월 승진 시험을 앞두고 최근 공부를 시작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다른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업무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박 경장은 "승진심사에서 시험의 변별력을 줄이기 위해 내년 시험을 쉽게 출제한다는 방침이 내려와 응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 B지구대 소속 김모(36) 경장도 야간 순찰 시 순찰차를 세워두고 승진 시험 관련 서적을 보고 있다. 김 경장은 "근무 중에 순찰차를 잠시 세워둔 채 차량 실내등에 의지해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C 경찰서 소속 윤모(38) 경사도 담당 계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현장출동이 적은 지역을 배정받아 사무실에서 시험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1월 '쉬운 승진 시험'을 앞두고 경찰들 사이에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경찰은 지난 9월 '업무중심 현장강화'를 내세워 경찰인사제도를 개선하며 승진시험을 쉽게 내 시험이 가지는 변별력을 최소화하고, 인사평가 시 근무평정 비율을 상향해 '일 잘하는 경찰관'을 승진 심사 때 우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쉬운 승진 시험을 노린 경찰이 늘면서 업무시간을 공부에 활용하게 되면 치안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경찰학) 교수는 "어느 부서를 막론하고 업무시간에 다른 일에 집중하게 되면 치안 공백이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보다 실질적인 승진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치안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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