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민영화 또 실패.. 금융당국 책임론

정진수 입력 2014. 11. 28. 19:52 수정 2014. 11. 2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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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서 유효경쟁 불발

네 번째 우리금융 민영화 시도가 또 실패로 돌아갔다. '분할 매각'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에서 유효경쟁이 불발된 것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보다 조기 민영화에 방점을 찍고 진행됐던 분할 매각이 무산되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초 "우리은행 민영화에 직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 무산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28일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예비입찰에 중국 자본인 안방(安邦)보험 한 곳만 참여해 유효경쟁 미달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안방보험은 생명·손해보험, 자산관리 등 8개 분야 종합보험금융 업무를 취급하며 자산만 7000억위안(약 126조원)이나 되는 중국의 대형 종합보험사다. 외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당국 규제로 인한 포기설도 나왔지만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을 위해 막판 입찰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지분 매각에서는 우리은행 사주조합, 한화생명 등이 참여했다.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6.97% 중 경영권 지분 30%가 고스란히 남으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네 번째 시도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번 매각 초기만 해도 안방보험 외에 교보생명 입찰 가능성이 대두됐다. 교보생명은 지난해부터 당국에 인수 가능성을 문의할 만큼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입찰 마감 며칠 전부터 교보생명은 이사회와 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도 결정을 미루는 등 부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지분의 33.78%를 소유한 개인 대주주다 보니 적격성 문제가 부각되고, 3조원에 이르는 인수 대금 부담 등으로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인수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우리은행 입찰 타당성에 대해 해외공동투자자 및 컨설팅사와 검토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돼 이번 참여를 유보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남은 선택은

우리은행 민영화는 네 번의 시도 모두 유효경쟁 성립에서 발목이 잡혔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지주 계열사 '통매각' 대신 분할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 때문이다. 금액이 너무 커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남·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사계열, 우리은행으로 나눠 무게를 덜겠다는 의도였다. 지방은행과 증권사계열 매각은 무난히 이뤄졌다. 문제는 3단계인 우리은행 매각이었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은행 매각에 경영권 지분, 소수지분 매각이라는 '투트랙' 전략도 썼다. 금융당국이 동원할 수 있는 수는 다 써본 셈이다.

이미 지방은행과 증권계열은 매각된 만큼 이제 남은 수는 우리은행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한 소수 지분 매각과 인수자를 찾을 때까지 매각을 연기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신 위원장이 지난해 민영화 발표 당시 "주인 없는 은행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당장 '지분 쪼개 팔기' 방법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매각 연기 시 조기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모두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금융그룹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2조7663억원으로 이 중 회수된 자금은 총 7조5000억원에 이른다.

매각 불발에 따라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내달 초 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후 일정은 결정된 것이 없다. 은행법이 규정하는 소유제한이 큰 만큼 향후 매각 관련된 사항은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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