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건 빅딜 뒤엔, 30년 신뢰 있었다

호경업 기자 2014. 11. 28. 05: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한화 超스피드 결단 배경] -가문 2代의 인연, 서로의 멘토로 이건희는 김승연의 경영 멘토.. 29세에 회장 된 김승연에 종종 조언, 승지원·가회동 오가며 친분 쌓아 이재용, 김승연에게 경영수업 듣고 김동관은 이재용에게 조언 구해 한화가 먼저 삼성에 빅딜 제안.. 實査도 안해보고 계약 타결 선언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2조원대 빅딜'은 한화의 제안부터 계약까지 걸린 시간이 3개월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전격전(電擊戰)을 연상시키는 초(超)스피드로 진행됐다. 삼성의 매각 대상인 삼성테크윈·종합화학에 대한 한화 측의 실사(實査)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측은 계약 타결을 선언했다.

매각 규모를 감안하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재계에선 외환위기 이후 최대 빅딜이 성사된 데는 두 그룹 오너 경영진의 깊은 인연과 신뢰가 밑바탕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진단한다. 시장(市場)에서는 "이번 빅딜로 인해 한화가 더 큰 이익"이라는 평가가 많다.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던 김승연 회장이 그동안의 경영 공백을 통 큰 인수·합병(M&A)으로 만회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한화家의 30년 넘는 親分

2000년대 초·중반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열리면 참석자들이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참석자 중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과 김승연(62) 한화 회장이 유독 대화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29세 때 회장에 오른 김승연 회장의 경영멘토로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전경련 회의 때 보면 여러 회장 중 두 사람이 서로 옆자리에 앉을 때가 많고 김승연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깍듯이 대했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은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한남동 승지원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이건희 회장이 김 회장의 서울 가회동 자택을 직접 방문할 때도 있었다.

이후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46) 부회장도 경영수업을 위해 김승연 회장을 자주 만났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자주 만들었다. 김승연 회장이 젊었을 때부터 회장직을 맡았기 때문에 경험이 많다고 보고 이재용 부회장이 많이 배우길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1)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 조언을 자주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딜에는 두 사람의 인연은 크게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을 삼성 측에 제안한 곳은 ㈜한화 전략기획실이다. 삼성 측은 이를 검토하고 협상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마지막 협상일인 지난 주말에는 48시간 내내 잠도 못 자면서 회의를 계속하는 강행군을 펼치며 끝을 냈다.

타결 내용을 봐도 한화 측이 삼성에 내는 매각 대금을 3년 분납하도록 하는 등 상당히 우호적이다.

◇시장 반응은 "한화가 利得"

계약이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한화가 싼 가격에 삼성의 석유화학·방산(防産)을 사들였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실제로 삼성테크윈 주가는 삼성 브랜드 프리미엄이 사라지며 26일 매각 발표 이후 이틀간 17%나 빠졌다. 이에 비해 테크윈을 인수하는 ㈜한화는 같은 기간 1% 하락에 그쳤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오히려 0.7% 올랐다.

이번 빅딜을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으로서는 국내 경쟁이 치열한 석유화학이나 방위산업을 이번 기회에 처분하고 전자와 건설 등 주력 분야에 집중하는 게 중·장기적으로는 더 낫고 한화도 이번 인수·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석유화학과 방산 분야에서 국내 1위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강봉우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방위산업체 삼성테크윈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지만 인수 목적이 한화의 방위산업 역량 강화에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 직원들 반발… 어제 비상대책委 결성]

빅딜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삼성은 하루아침에 한화로 옮겨야 하는 직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삼성테크윈에선 27일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비대위는 "그동안 '삼성인'이란 자부심으로 일했는데, 한화그룹에 하루아침에 매각이 결정됐다"며 "사원 동의 없는 매각 결정에 항의한다"고 밝혔다.

다른 계열사 직원들도 "삼성그룹이 오랜 순혈주의(純血主義) 전통을 깨고 미국 기업처럼 계열사를 매각할 줄 몰랐다"는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