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언론 기자로.. 고향에서.. '복직' 기다린 YTN 해직기자들의 2244일

이범준 기자 2014. 11. 2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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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눈물도 나지 않아"

27일 대법원에서 해고 확정 판결을 받은 YTN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가 끝내 '복직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08년 10월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씨의 YTN 사장 선임에 대해 "낙하산 반대"를 외치며 투쟁하다 해직된 지 2244일째였다.

세 기자와 달리 '해고부당 판결'을 받아 복직하게 된 정유신 기자는 이날 해고되기 전 자신이 출입하던 대법원 주자창 뒤편에서 눈물을 흘렸다. 회사로 돌아가게 된 권석재 카메라 기자도 자신을 취재하는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왼쪽부터)

6년 전 구 사장 출근 저지 시위 후 해고된 기자 6명은 곧바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소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YTN 사우들의 응원이 뜨거웠다. 월급을 쪼개 이들에게 생활비를 주었다. 사측과의 싸움이 길어지자 이런 상황을 비관해 회사를 떠나는 기자들도 나왔다.

YTN의 ㄱ기자는 "당시 재판이 진행될 때 노 기자에게 정치권의 총선 출마 권유가 있었는데 거절했다"며 "항소심 무렵 노 기자만 해임을 받아들이면 나머지는 복직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회사 쪽에서 나왔지만 이때는 다른 기자들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해고자들은 대법원 재판이 3년 넘게 이어지는 상황도 숨죽여가며 버텨야 했다. YTN ㄴ기자는 "오늘 최종 판결 결과도 아쉽지만 대법원에 걸려 있던 3년7개월 동안 사측이나 청와대, 국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 정말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간 해고자 6명은 독립언론에서 일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가 복직을 기다려왔다. 권석재·정유신 기자는 언론노조 파견 형식으로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 기자로 일해 왔다. 현 기자는 제주도에서 효소를 만들며 생활했고, 조 기자는 방송기자연합회 정책위원장을 맡았다. 파업 당시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노 기자는 국민TV 앵커를 맡았다.

파업에 참여했던 YTN의 ㄷ기자는 판결 후 "이제 눈물도 나지 않는다"며 "대법원 소송까지 모두 끝났으니 참담한 시간을 보낸 기자들에게 회사가 부디 크게 마음을 먹고 모두 복직시켜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기자협회는 "대법원이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는 상황에 침묵할 수 없었던 기자들에게 해고를 확정했다"면서 "이들의 복직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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