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살인' 잇단 판정에 경찰 총기 남용 논란 재점화

정유진 기자 입력 2014. 11. 26. 22:17 수정 2014. 11. 2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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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범죄자 사살 늘고 경찰 희생은 역대 최저

"경찰 배지가 제임스 본드의 007 살인면허라도 된단 말인가." 미국 법원이 비무장 시민에게 총을 쏜 경찰들에게 잇따라 '정당살인'의 면죄부를 주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공권력이란 이름 아래 경찰의 총기 사용권한을 어디까지 용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2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업무 중 희생당한 경찰은 27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경찰에 의해 사살된 '흉악범'은 461명으로 1994년 이래 가장 많았다. 여기서 FBI가 표현한 '흉악범'이란 비무장 상태였던 10대 흑인 마이클 브라운 같은 경우도 포함한다. 상당수 주정부는 FBI가 집계하는 '정당살인' 통계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 숫자는 461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금처럼 경찰에게는 안전하고, 범죄자에게는 위험한 때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각종 판례와 규정들은 용의자가 도주하려 할 때, 흉악범죄를 저지르려 할 때 등 '객관적인 이유'가 있을 때만 경찰의 총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9·11 테러를 거치면서 미 경찰의 발포 요건은 경찰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경우 공포탄 없이 바로 실탄을 머리에 겨눌 수 있도록 크게 완화됐다. 문제는 이 '객관적인 이유'가 결코 주관적인 판단과 분리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난 9월에도 오하이오주 대배심은 비비총을 들고 있던 흑인 남성에게 실탄을 쏘아 살해한 경관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미국에서는 총기 소지가 자유롭게 허용된 만큼 비비총을 진짜 총으로 오해할 만한 개연성이 있고, 당시 신변의 위협을 느꼈을 경찰이 실탄을 쏜 것은 '정당한' 살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밖에 나중에 경찰의 주관적인 오판으로 판명된 총기 사용도 '정당살인'으로 면죄부를 받은 과거 판례는 수없이 많다. 이런 식으로라면 22일 클리블랜드에서 장난감 총을 들고 있던 12살 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도 '정당살인' 사례로 추가될 수밖에 없다. 미 진보잡지인 카운터펀치는 "미국의 경찰들은 시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마치 베트남이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군대처럼 도시를 '점령'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해외 파병 미군들처럼 점령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들이 무엇을 해도 '정당하다'고 믿는다"고 비판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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