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양책 발표에 업계 "먹을 게 없다"
정부가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사립대학의 적립기금, 기업의 사내복지기금 등 68조원에 달하는 중소형 사적 연기금을 묶어 주식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은행과 우정사업본부의 주식투자 한도도 높아진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적 연기금이 정부 의도대로 투자풀에 들어와 주식투자를 늘릴지는 미지수인 데다, 시장이 요구해온 증권거래세 인하가 무산되면서 업계에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다.
금융위는 기관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을 총동원했다. 68조5000억원에 이르는 각종 공제회와 사내복지기금, 사립대학 적립기금 등 중소형 연기금을 한데 묶어 한국증권금융에 '연합 연기금 투자풀'을 설치, 이 자금을 주식시장에 끌어들이기로 했다. 중소형 연기금이 투자풀에 자금운용을 위탁하고 중장기자금은 주간 운용사가, 단기자금은 증권금융이 운용하는 방식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주식투자 한도도 현행 예금자금의 10%에서 20%로 높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우정사업본부의 주식투자 한도는 지금보다 6조원가량 늘어나게 된다. 은행의 유가증권 투자 한도도 자기자본의 60%에서 100%로 높여줄 방침이다.
또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내년 상반기 중 제정한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영국에서 운영 중인 제도로, 기관투자자가 배당이나 시세 차익에 대한 관심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토록 하는 준칙이다.
새로운 상품과 제도도 도입된다.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 중 국내 경제를 대표하는 30개 초우량 종목을 선별해 한국판 다우지수 'KTOP 30(가칭)'을 신설한다. 특히 이 지수에 편입되기 위한 가격기준을 주당 50만원 이하 등으로 설정, 초고가주의 액면 분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비상장 우량 자회사의 실적에 연동해 이익배당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트래킹 주식'도 도입된다.펀드매니저의 운용성과 등이 공시를 통해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고, 금융감독원 등에서 자산운용사별 운용성과도 분기별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방안은 저금리 추세 속에도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가지 않고, 코스피지수가 2000선 내외 박스권에 7년째 갇혀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기를 띄우기 위한 여러 대책들을 내놨음에도 증시가 신통치 않자 동원 가능한 모든 대책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차갑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 자금을 증시로 유입한다는 건 의미가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도록 유인하는 세제 혜택이 빠져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원론적인 내용이 많아 시장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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