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과 실제 종합상사 현실은 큰 차이

우고운 기자 2014. 11. 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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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이 큰 인기를 끌면서 종합상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70~80년대 수출중심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무역업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요즘 종합상사가 드라마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드라마 미생은 국내 최대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047050)을 모델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 중 '원인터내셔널'에 다니는 주인공들의 직장생활 애환을 실감 나게 그리며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역협회와 코트라는 무역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고무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국내 상사업체들의 성적표는 드라마의 인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본업인 무역업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며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자원개발 사업은 업체별로 성적표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본업이 부진하자, 이외 물류업이나 렌터카사업 등으로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 3분기(7~9월) 무역영업부문 영업이익(별도)이 16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0.3%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시황이 침체하면서 비철금속 시황이 부진해지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기계·인프라·자동차부품 등의 트레이딩 실적이 나빠졌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 하락과 국제 유가 하락 등도 실적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그나마 3분기 미얀마 가스전의 영업이익이 70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이 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4배 증가한 규모다. 다만 지분법 이익과 배당 이익 등을 제외한 세전 이익은 330억원대로 전년 동기의 반 토막 수준이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무역업 부문은 계속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면서 "무역업이 부진을 지속하며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상사(001120)와 삼성물산(000830), SK네트웍스(001740), 현대종합상사 등 다른 업체는 상황이 더 나쁘다. LG상사는 3분기 무역업이 포함된 산업재부문 영업이익이 8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0.3%에 그쳤다. 석유화학 및 철강 시황이 부진한 가운데, 투르크메니스탄의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 수익 반영이 늦어진 것도 악재였다. LG상사의 올해 세전이익이 540억원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근에는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 인수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 밖에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화학ㆍ철강사업 매출액은 3분기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동기대비 15% 정도 감소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지난해 비핵심 사업부문을 철수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며 트레이딩 품목을 선별하는 등 구조조정을 했다.

SK네트웍스도 지난해 말까지 사업 조정에 주력한 데 이어 올해는 아예 신사업으로 렌터카와 패션, 면세점 사업 등에 주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양대 주력 사업이었던 정보통신 유통과 에너지 유통사업만으로는 실적 돌파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400억원 규모로 전년동기대비 소폭 감소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상사업체들이 자원개발과 신사업 등으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며 실적이 최악의 수준은 벗어나고 있지만, 아직 업황 자체가 풀리지 않아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경영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사업계의 인력 이탈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의 지난 9월 말 기준 직원은 총 1200여명으로 2012년 말(2000여명) 대비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직원 평균 임금은 5800만원 수준에서 5100만원으로 12% 줄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내년 초 본사 송도 이전을 앞두고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LG상사는 최근 직원 수가 590명으로 지난해 이후 12%(670명) 줄었다. 평균 임금은 9000만원 수준에서 6800만원 수준으로 25% 감소했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대우인터내셔널이 8년, LG상사는 6년에 불과하다.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기업평가 사이트 잡플래닛이 최근 국내 12곳의 종합상사에서 2년 이내로 일했던 직장인 631명을 대상으로 근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3.22점을 기록했다. 이는 대기업 평균인 3.4점보다 낮은 점수다. 평가 분야별로 일과 삶의 균형, 사내문화, 경영진의 리더십 측면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상사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를 계기로 상사업계가 재조명되고 있지만, 우울한 경영상황이 단번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는 드라마와 현실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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