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뉴엘, 貿保 간부 퇴직 후에도 '관리'.. 연결고리 의심

문동성 이경원 기자 2014. 11. 26.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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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직 무역보험공사(무보) 본부장에게 모뉴엘의 로비자금 수천만원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이 임원은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에 해외로 도주한 무보 전 영업총괄부장의 '윗선'이다. 검찰은 모뉴엘이 급성장한 배경에 금융권과의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로비 의혹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무보 퇴직 간부에 수천만원 로비 정황=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이모(60) 전 무보 무역진흥본부장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이 전 본부장은 모뉴엘 박홍석(52·구속기소) 대표로부터 편의 제공 대가로 재직기간뿐 아니라 2011년 퇴직 후에도 최근까지 현금 수백만원씩을 꾸준히 상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 수수 액수는 모두 합쳐 수천만원대로 알려졌다.

검찰은 모뉴엘이 금융권에서 더욱 많은 돈을 빌리기 위해 무보의 보증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이 전 본부장에게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본부장은 직권으로 모뉴엘에 대한 보증서 발급을 허가할 수 있는 지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직 당시 이 전 본부장 산하에는 무역사업부와 중소중견기업사업1·2부 등이 있었다. 모뉴엘 보증 업무는 중소중견기업사업1부가 담당했다. 검찰 수사 착수 직전 해외로 도피한 정모 전 부장도 2009년 무역진흥본부에 속해 모뉴엘 담당 전자기계화학팀장으로 일했다.

검찰은 이 전 본부장이 무보 현직 임직원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전 본부장이 퇴직 이후에도 장기간 모뉴엘의 '관리'를 받은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모뉴엘의 허위 수출 신고 및 무보 보증을 바탕으로 한 은행권 대출은 최근까지 확대돼 왔다.

금품 로비가 사실로 밝혀지면 무보는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 전 본부장은 무보의 전신(前身)인 수출보험공사에서 법무실장·감사실장으로 일했다. 누구보다 높은 청렴성을 갖춰야 할 준정부기관의 고위 임원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다. 무보는 모뉴엘 사건이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5월에도 유창무 전 사장이 STX그룹에서 자녀 해외유학 비용을 지원받은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었다.

◇껑충 뛴 보증액, 로비의 결실인가=검찰의 모뉴엘 수사는 '사태 파악'에서 '원인 분석'으로 커지고 있다. 24일 모뉴엘 박 대표를 관세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검찰은 본격적으로 금융권 불법 행위를 밝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모뉴엘이 6년간 사기극을 벌인 이면에 무보 및 금융권과 유착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보의 모뉴엘 지급보증 내역은 2008년 이후 급격히 늘었다. 무보가 모뉴엘을 위해 대출 보증을 서준 금융회사 숫자도 2008년 3곳에서 지난해 8곳으로 늘었다. 현재 모뉴엘의 여신 중 약 2억8000만 달러(3000억원)를 무보가 보증하고 있다. 모뉴엘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3000억원은 대납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모뉴엘이 국내 금융권에 갚지 못한 돈은 6700억원에 달한다.

무보는 거듭된 지적에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무보는 2011년에도 허위 수출업체에 수출보험금을 지급한 사실이 적발돼 감사원에서 징계 처분을 요구받았다.

당시 감사원은 "허위 수출 실적을 제출해 수출신용보증 대출금을 편취한 업체를 고발하고, A은행에 지급한 7373만7990원을 회수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무보는 직원 2명을 주의 조치했지만 3년 만에 모뉴엘 사건으로 더욱 큰 문제가 터졌다. 무보 관계자는 "당시 감사원 지적은 현재 충실히 조치했고 재발을 막기 위해 모뉴엘 사태의 내부 유착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모뉴엘에 보증서를 발급해준 무보 실무 직원들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무보뿐 아니라 치밀한 심사 없이 모뉴엘에 거액을 대출해준 은행권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특히 담보·보증 없이 거액을 신용대출로 승인해준 수출입은행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동성 이경원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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