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겉핥기식 예산심사..이 마저도 '대충 대충'

2014. 11.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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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상설화·예산심사의 정쟁도구화 방지 절실

[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국회는 국민혈세가 제대로 지출되는 지 감시감독할 책무를 부여받고 있지만 매년 연말에만 주마간산격으로 예산안을 들여다보고 있어 행정부의 예산안 처리를 위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지난 11월 6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새해예산안에 대한 본격심사에 나섰다. 2014년은 국회법이 개정돼 예산안 처리시한이 12월 2일로 못박힌 첫 해여서 연말까지 예산을 들여다보던 예년과는 달리 예산심사기간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올해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정쟁이 길어지는 바람에 국정감사가 지난달 27일에 끝나 예산안심사 기간은 더욱 짧아졌다. 예결위 전체회의와 소위, 소소위, 전체회의에 부여된 기간은 20일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산심사가 수박겉핥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회 예결위 소속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은 24일 "세월호 사고 때문에 정기국회가 늦어지고 그러다보니 예산심사기일도 늦어져 시간부족에 쫓기게 됐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예결위원들이 토.일요일 지역활동까지 포기했지만 부실심사 우려가 나오는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 국회가 들여다 보는 건 빙산의 일각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국회의원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효율적으로 심사한다면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새는 현상은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원들의 예산안 심사라는 것이 수박겉핥기에 불과하다.

예산안에 대한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 주요한 원인이다. 2014년 예산안심사의 경우를 예로보자.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지난 17일부터 가동됐다. 정부원안에 대한 감액심사에 1주일, 증액심사에 1주일이 잡혔다. 새해예산 규모가 376조원이므로 하루 평균 27조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결소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현미 의원은 24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심사에서 ±되는 예산규모는 10조 원이다. 나머지는 정부 원안 그대로 가는 것이다. 현행 제도를 그냥두고는 예산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다고 국회를 욕해도 의미가 없다"며 국회예산심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연초부터 예산안을 짜기 시작하고 정부내 조정을 거쳐 10월경 국회로 넘어오는데 이때부터 예결위를 가동해도 3~4조 원 전체예산의 3%가량을 손대는 것이 국회현실이다"고 고백했다.

현재 진행중인 증액과 감액심사는 따지고 보면 의회차원에서 해야될 사업과 하지 않아도 될 사업 등 사업의 우선순위를 가려내는 것이지만 굵직한 항목을 중심으로 '10억 20억 삭감' 같은 식으로 무자르듯 이뤄질뿐 선후를 명확히 따지는 방식으로 심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심학봉 의원은 "예산편성권을 가진 정부가 전문가검토와 부처협의 등 1년 가까이 작업을 해서 가져온 예산안의 타당성 부분을 (국회가) 보는데 큰 줄기를 보는 것이지 (의원들도) 세세한 부분은 모른다"고 말했다.

◈ 예결위 상설화와 연중 예산심사

예결위원들은 보다 효율적인 예산안 심사를 위해서는 의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예산안심사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행 정부와 국회의 예산편성과 심사의 프로세스를 보면, 2,3월 예산안 편성착수→5,6월 국가재정운용계획 확정→7,8월 정부부처내 예산조정→10월 전후 예산안 국회 회부→10,11월 예산안 심사→12월2일 예산안 처리 순으로 예산편성과 심사가 이뤄진다.

국회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예산안 심사에 착수한다. 이러다 보니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인 예산안 심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을 연중 심사할 수 있도록 국회예결위원회를 상임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벌써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재정부로 일원화된 경제기획과 예산기능을 분리하고 여기에 맞춰 국회 상임위원회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렇게 되면 국회가 열릴 때마다 예산을 논의하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김현미 의원은 "예결위 상설화에 대해 정부에서는 예산편성권 침해고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것이 제도개선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상임위원회의 예산논의 결과가 예결위 단계에서 묵살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홍문표 국회 예결위원장실 관계자는 "예결위는 예산의 큰 덩어리만 건드리는 것으로 심사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개별상임위에서 증액시킨 예산을 (예결위가) 다 무시하고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미국의 경우 예산총액이 100조원으로 정해지면 예결위원회가 예산의 커다란 줄기만 제시하고 정부부처별 예산상한액을 쪼개고 이 범위 내에서 상임위가 증감을 결정한다.

이와함께, 예산의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을 철저히 방지해 예산처리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 역시 우리 국회가 이뤄내야할 개혁과제로 꼽히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예산시스템 문제지만 국회가 해결책 마련을 미루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예산 부실심사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dlwo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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