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만들수 없는 영역 쥔 日..한국이 만드는건 다 만드는 中

2014. 11. 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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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넛크래커에 낀 한국 ◆

경상수지 악화와 기업 연쇄도산을 촉발시켜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1997년 '넛크래커' 상황은 일본의 원천 기술력과 고효율 산업구도, 중국의 저비용 경쟁력에 밀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추락하는 현상을 경고한 것이다. 이에 비해 최근 동북아 3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는 신(新)넛크래커는 엔화 약세(아베노믹스),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회복한 일본 기업들과 기술력·구매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협공에 직면한 상황을 지칭한다. 특히 저가 상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입했던 중국 기업들이 최근에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고부가·첨단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며 기술력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들에 바짝 접근했거나 일부 품목은 비교우위를 보이기 시작했다. 볼보자동차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로 등극한 중국 지리자동차는 2020년까지 중국 대중차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을 거리낌 없이 내비치고 있을 정도다.

글로벌 경제 트렌드 변화와 동북아 3국의 산업 구조조정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일본 기업들 사이에 끼여 경쟁력과 생산성이 추락하는 새로운 유형의 넛크래커 상황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더 나아가 선진국 진입 실패라는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한·중·일 3국 기업들의 핵심적인 경쟁력 변수가 과거 넛크래커 시절에는 가격, 품질, 원천기술이었던 데 비해 최근 신넛크래커 상황에서는 환율, R&D 투자, 비관세장벽 등이 더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재계 단체들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자국산업 육성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요청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비관세 장벽, 담합 과징금 부과, 환경 규제 등을 통해 다른 나라의 수출·투자 기업을 압박하는 새로운 유형의 패러다임도 확산되고 있다.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자만한 가운데 신넛크래커 상황을 촉발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넛크래커 상황 속에 외환위기를 맞은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뤄 반도체·휴대폰·자동차·부품 등 세계 최고의 IT 국가로 성장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구축한 바 있다. "가격은 일본보다 낮고, 기술은 중국보다 앞선다"는 이른바 역(逆) 넛크래커 현상을 통해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극복해 냈고 선진국 수준에 바짝 근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미루고 방심하는 사이 엔저 공세를 앞세우고 대형 M&A를 통해 기초 체력을 회복한 일본 기업들과 첨단기술 투자,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공세를 강화하면서 수출 한국의 입지가 갈수록 더 좁아지는 새로운 유형의 협공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실제로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한 이후 최근 2년 동안 일본 기업들은 매달 10% 이상씩 글로벌 수출을 늘려가며 영업이익을 늘리고 있다. 한국 기업에 더 큰 위협은 일본의 주요 수출기업들이 엔저를 상품의 가격 인하로 연결하기보다는 이익을 높이면서 R&D 투자와 과감한 M&A를 통해 기초체력을 더 많이 키워왔다는 점이다.

명진호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엔화 약세로 이익을 늘린 일본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섬으로써 한·일 간의 기술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공고한 핵심 부품소재 기술력을 우리 기업들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의 기술력도 이미 우리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실제 우리의 부품소재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2012년 25.6%에서 올해 상반기 말 현재 28.4%로 급증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중국 수입 의존도가 2012년 23%에서 올해 상반기 18%로 떨어진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가 만들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영역을 여전히 손에 쥐고 있고 중국은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상당 부분을 이미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일본의 자본과 기술, 중국의 값싼 노동력 사이에 끼여 있던 과거 넛크래커 시대보다 엔저 공세를 앞세우고 기초 체력을 회복한 일본,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수출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실적 회복에 더 큰 위협요소로 등장한 셈이다.

[채수환 기자 / 전범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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