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비리' 태풍에 시름하는 국내 방위산업체들

최우영 기자 2014. 11. 2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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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을 창조경제 핵심으로](상)대부분 비리는 해외무기 도입사업에서 발생.."도매금 취급 억울"

[머니투데이 최우영기자][편집자주] 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방위산업을 키워갈 것을 천명했다. 방산업계는 수출 확대를 통한 몸집 키우기와 연구개발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며 성장일로에 있다. 하지만 국산화 의무비율 등의 규제가 경쟁력 제고를 가로막고 군 출신 브로커와 해외업체들로부터 시작된 납품비리 태풍이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방산업체들이 글로벌 강자로 우뚝 서기 위해 필요한 점들을 짚어본다.

[[방위산업을 창조경제 핵심으로](상)대부분 비리는 해외무기 도입사업에서 발생…"도매금 취급 억울"]

해외무기업체와 전역 군인들의 검은 커넥션이 국가 안보와 국내 방위산업 경쟁력을 흔들고 있다. 방위산업계에서는 '방산 비리'가 아닌 '군납 비리'가 사건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주로 해외 무기를 국내에 조달하는 무역대리상들과 에이전트들이 일으킨 문제 때문에, 애꿎은 국내 업체들이 피해를 본다는 하소연도 이어진다.

방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예전 율곡비리와 로비스트 린다김 사건부터 최근 통영함까지 해외 도입장비에 대해 대리상들이 장난치는 게 본질인데, 이런 일 터질 때마다 국내업체들까지 도매금으로 비리집단 취급을 받는다"며 "비리 연루 의혹을 받을 때마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은 그 사실을 발주처에 알려줘 국내 업체를 공격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말 많고 탈 많은 방사청의 '해외무기 도입'

최근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에서 문제가 된 음파탐지기는 미국 H사가 41억원에 조달했다. 업계에서는 이 장비가 실제로는 2억원에 구입할 수 있는 '고물'인 것으로 보고있다. 이 사실을 인지한 통영함 실 소요자 해군은 인수를 거부하기도 했다.

방사청은 2009년 4월 통영함 음탐기 사업설명회 및 제안요청서 배부를 H사 포함 외국업체 4곳을 상대로만 진행했다. 이 중 H사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에 앞서 같은해 3월 국내 굴지의 방산업체는 "2012년 말까지 고정형 음파탐지기 개발 완료가 가능해 탑재시기만 조정 가능하다면 공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방사청에 전달했다.

실제로 이 업체 음탐기는 예정대로 개발이 완료돼 현재 인천함, 경기함, 전북함 등 3척의 호위함에 탑재돼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방사청은 국내업체가 2011년 12월로 예정된 통영함 탑재시기를 맞추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입찰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방사청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탑재 시기의 문제도 있지만 국내업체가 선정될 경우 크로스체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당치 못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확인이 어려운 외국업체와 계약을 맺는 게 수월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인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H사 한국지사가 입주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의 한 주상복합체에는 다른 업체들만 입주해있다. 검찰은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H사 대표 역시 한인 교포로, 이 회사 군수 납품 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대 전역 후 방산업체 취직…'군피아 vs 불가피하다'

방사청에서 전역한 뒤 민간업체로 옮겨가는 군인들이 비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8년 1월~2011년 5월까지 방사청에서 퇴직해 재취업한 군인 176명 중 81명(46%)이 방산업체에 들어갔다. 같은 기간 방사청에서 퇴직한 민간인 직원 66명 중에는 6명(9%)만이 방산업체에 재취직한 것과 대조적이다.

통영함 납품비리로 구속된 오모 대령(당시 방사청 상륙함 사업팀장) 역시 전역한 지 2달만에 S방산업체에 취직했다. 오 대령의 직속 부하로 통영함 음파탐지기 사업을 담당했다 최근 구속된 최 모 중령 역시 Y방산업체 간부로 입사했다.

정미경 의원은 "방사청과 방산업체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군 출신 인맥이 연간 15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두고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유사시 국가를 수호해야할 무기의 성능이 군피아와 업체의 비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방사청을 해체해야 맞다"고 말했다.

반면 군 경험자의 방위산업체 합류가 불가피하다는 항변도 있다. 한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대다수 군 출신자는 본인의 경험과 역량을 살려 무기체계 개발 및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문제가 되는 일부 군 출신자의 불법행위는 대부분 해외무기 도입사업이다"며 "국내 주요 방산업체 입사 군 출신자까지 군과 결탁한 듯한 인상을 풍기는 '군피아'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자료=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국내무기 도입·방사청 민간인 비율 늘려야

해외무기 도입을 둘러싼 군납비리 근절을 위해 장기적으로 무기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보통 국산화할 경우 개발비용 등으로 인해 해외무기보다 가격이 다소 높은 게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운용 및 유지 측면에서 보면 이득이 될 수 있다"며 "해외무기의 경우 고장 날 경우 부품 조달 등에 시일이 소요돼 가동률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초음속훈련기 T-50이 대표적 사례다. T-50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경남 사천 본사에 상주하는 A/S팀이 즉각 조치해 가동률 90~95%를 자랑한다. 공군이 미국에서 직도입한 최신기종 F-15K의 가동률은 75~80%에 불과하다. 국산 장비는 유지보수 비용 역시 저렴하다.

방사청의 민간인 비율을 높이는 '문민화'로 군납 비리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인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06년 방사청 설립 당시 결정한대로 일반 공무원 비율을 70% 이상으로 올려야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 획득부서의 문민화 비율을 살펴보면 미국 89%, 영국 84%, 독일 68%, 프랑스 74%등 민간인 비율이 높다"며 "방사청 근무 군인의 경우 계급정년제로 인해 98%가 조기 전역하며 재취업 부담으로 이어져 업체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일련의 군수 납품 비리에 대해 합동수사본부가 '해외업체와 브로커'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 국내 업체들이 부당한 피해를 받지 않게 해야한다"며 "정확한 처방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우리 방산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최우영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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