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건설이슈]실적에 웃고 담합에 운 건설사

박종오 2014. 11. 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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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건설사들이 올해 3분기(7~9월) 경영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성적표가 나쁘지 않습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 업체인 삼성물산(000830)은 3분기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이하 모두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1934억원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늘어난 것입니다. 현대건설(000720)도 전년 동기 대비 12% 많은 23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작년 3분기에 1000억원 대 영업 손실을 냈던 GS건설(006360)은 올 3분기 들어 영업이익 239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습니다.

대림산업(000210)과 대우건설(047040) 실적은 다소 주춤했습니다. 하지만 시평순위 10위권 밖의 두산건설(011160), 현대산업(012630)개발 등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늘어나거나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업계 전반의 회복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건설업계 분위기가 썩 밝지만은 않습니다. 공공공사 입찰 담합 혐의로 부과된 막대한 과징금 때문입니다.

△주요 건설사 3분기 경영 실적 및 담합 과징금 현황. 괄호 안은 전년 동기 대비 변동률, 과징금은 공정위가 올해 1월부터 10월 2일(서울지하철 9호선 919공구)까지 부과한 금액을 합한 액수임. [자료=각 업체 및 대한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들어 지난달 초까지 건설사 39곳에 부과한 과징금은 8093억원에 달합니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등 16개 사업에서 업체 간 담합 사실을 적발한 결과입니다.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상위 14위권 이내 건설사가 모두 포함됐습니다. 2012년 과징금이 매겨진 4대강 1차 턴키 사업 등을 합치면 69개 업체에 부과된 금액이 총 9827억원에 이릅니다. 업체 한 곳당 142억원 꼴입니다.

이 때문에 건설사의 경영 실적도 빛이 바랬습니다. 사업에서 흑자를 내고도 정작 과징금을 제외한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입니다. 예컨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3분기 순이익은 모두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줄었습니다. 담합 과징금을 아직 회계에 손실로 반영하지 않은 업체도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이처럼 영업이익이 늘어도 순이익은 되레 감소하는 풍요 속 빈곤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문제는 담합 후폭풍입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4대강 1차 턴키 공사 입찰 담합에 가담한 대림산업·GS건설 등에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물린 공정위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날 공정위는 포항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대림산업·SK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등 5개 사에 과징금 251억원을 추가로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건설업계의 눈은 법원을 향하고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은 이르면 다음 달에 경남기업 등 28개 업체가 제기한 행정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결론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과거 성남 판교신도시 사업에 참여했다가 2010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설사 35곳에 3개월~1년간 공공 부문 입찰 참가를 제한하기로 한 제재(부정당 업자 제재)가 정당한 것인지 여부를 판결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 업체들은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줘 한시적으로 공공공사 입찰 참가가 허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 결과가 업계에 미칠 파장은 큽니다. 법원이 앞으로 이어지는 다른 소송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 담합 건설사에 대한 공공공사 입찰 참가 제한 처분 취소 소송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전체 매출 중 공공공사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는 중견 건설사들은 판결 결과에 따라 존폐의 기로에 놓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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